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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그' 이원정 "방언 연기 위해 전라도 찾아 인터뷰까지 해" ①

2023.06.29 17:31  
배우 이원정이 27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배우 이원정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배우 이원정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배우 이원정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2TV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지난 20일 종영을 맞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1987년으로 시간여행을 온 윤해준(김동욱 분)과 백윤영(진기주 분)이 우정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1987년의 시대의 상처를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배우 이원정은 극 중 훗날 윤영의 아버지가 되는 우정고등학교 3학년 백희섭 역을 연기했다.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부모가 희생되고 형과 함께 살아가지만 특유의 쾌활함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미래에는 1987년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던 중 생긴 고문후유증으로 힘들어하지만 과거에서만큼은 꿈많고 매력적인 음악소년으로 등장해 극의 활력을 더했다.

이후 과거로 온 윤영와 해준을 만나 자신의 삶을 바꿔나가면서 새로운 미래를 맞게 되는 백희섭을 이원정은 입체적으로 그려내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2019년 OCN '미스터 기간제'로 데뷔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채워오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첫 주연을 맡게 된 이원정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통해 배우 이원정의 진가를 제대로 알린 그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종영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왜냐면 희섭이를 연기하는 게 안 끝날지 알았고, 촬영이 쭉 진행될 것만 같았도, 꿈만 같았던 시간이었다. 더 이상 희섭이를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섭섭했는데 막상 다 끝나니까 시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원섭섭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희섭 역할에 캐스팅된 이유에 대해서 들은 게 있나.

▶배우들은 항상 그 이유에 대해 감독님들에게 물어본다. 감독님께서 저한테 하셨던 말씀은 '원정이 너가 겁이 없었다, 나한테 좋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보여줘서 택하게 됐어'라는 얘기였다.

-처음에 대본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무조건 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 우선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한시간 만에 4부를 다 읽었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읽었다. 제가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본이 재밌고 빠르게 읽힌 건 처음이었다. 사실 그 뒤의 서사는 늦게 나와서 몰랐고 작가님이 어느 정도만 얘기를 해주셨다. 희섭이는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친구고 앞으로 대본을 받게 되면 알게 될 텐데 일단 우선은 맑은 청년의 모습을 잘 유지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연기를 했다.

우선 내가 원래 하던 대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한 번 잘해보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도전하는 부분도 있었다. 사투리 연기도 처음이고, 기타를 치는 것도 처음이어서 마음이 걸렸지만 그런 부분은 연습하면 채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여자한테는 직진하고, 남자들에게는 남자다운 모습도 보이는 희섭이의 입체적인 부분을 보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희섭이는 암울한 시대상에서 희생을 당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제가 이 아픔에 대해서 표현을 해야 할 때 무엇이 필요할까 생각했을 때는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1980년도에 제가 살지 않았고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깐 어쨌든 경험을 채우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제가 노력은 광주에 내려가서 5.18에 관련된 박물관에 가서 머리를 채우려고 했다. 그만큼 알아야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의 고통을 다 대변할 수 없지만 최대한 공부해서 정말 조금이라도 대변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

-전라도 사투리는 따로 배운 건가.

▶이게 스토리가 있는데 희섭이 역할에 캐스팅 되자마자 바로 다음 주에 전라도에 내려왔다. 여기서 6박7일 정도를 친구 두 명과 지냈다. 친구 한 명은 할머니께서 전라도 분이고, 다른 친구는 해병대 동기가 전라도 분이셔서 조언을 얻었다. 일단 광주에 먼저 가서 친구들한테 내가 대사 읽는 것들을 보여줬더. 그랬더니 '정말 잘한다 ,우리 할머니 때 사투리인데 그렇게 해도 되냐'라고 하더라. 이 사람들은 대본의 상황이 1980년도인 건 모르니깐, 그럼 됐다 싶었다. 그래서 전라남도로 내려가서 친구의 할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녹음을 해왔다. 그 할머니 분의 사투리를 매일 듣고 잘 때도 들었다. 그런데 연기하면서 쓰는 사투리는 또 다르지 않나. 원래 전라도 사투리는 조금 말끝을 흐리는 게 있어서 대사 전달력이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4'의 손호준 배우님 연기나 영화 '거룩한 계보' '목포는 항구다' 등을 보면서 사투리 연기를 만들어갔다.

-희섭이라는 인물을 그릴 때 사투리 외에도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타였다. 저는 희섭은 곧 기타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기타를 쳐야 한다고 했을 때 '아 이거 어떡하지?' 싶었다. 그리고 제가 기타치면서 부르는 '말할걸'이라는 노래 자체가 일렉 기타로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그런데 희섭이는 돈이 없는 캐릭터여서 통기타를 사서 연주하는 내용이었는데 통기타로 '말할걸'을 연주하려니깐 너무 막막하더라. 제가 태어나서 기타를 잡아본 적도 없는데 치면서 노래까지 불러야 되니깐 너무 부담감이 크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논의를 했는데 감독님도 희섭이는 무조건 기타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청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다.

-진기주와 연기하면서는 어땠나.

▶사실 촬영 스케줄 상 현재의 장면들을 모두 찍고 과거 장면들을 찍는 것이어서 한 달 동안 촬영을 못했다. 그러니깐 저는 희섭이를 잘 하고 싶고, 현장에서도 잘 보여드리고 싶어서 초조함이 컸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첫 촬영날 긴장된 상태로 갔는데 기주 선배님이 저보고 '아버지'라고 하면서 되게 경쾌하게 받아주시더라. 그 한마디에 모든 긴장이 녹아내렸다. '그렇지, 기주 선배님이 윤영이 내 딸이지' '내 딸이면서도 친구네, 우리 한 번 잘 연기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할 수 있게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김동욱과의 연기 호흡을 맞춰본 소감도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동욱 선배님과는 엄청 많은 장면을 찍은 건 아닌데 항상 제가 쫓아다녔다. 선배님은 현장에서 의자에 앉아서 딱 대본만 보시는 편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저는 '저게 배우지, 완전 멋있다'라고 생각하면서 선배님 의자 옆에 앉아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선배님이 저를 처음으로 배우로 인정해 주신 사람이기도 했다. 만약에 제가 선배님의 경력이 되고 22살인 후배가 와서 연기를 한다고 하면 막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안달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선배님은 오히려 정반대로 저를 기다려주셨다. '이거에는 이렇게 해'라는 말 한 마디 없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그럼 저는 그걸 다 온전히 받아줄게요'하고 하시더라. 진짜 이게 힘이 나는 지점이었다.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진짜 멋진 분이신 것 같다.

-결말은 만족스러웠나.

▶결말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끝나는 게 저는 사실 희섭 역을 맡았으니깐 드라마 전체적인 것보다 희섭이와 순애에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희섭이 아픔을 이겨내고 잘 살았는가 했을 때 현재에서 잘 살고 있구나하면 '그래 나도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인 것 같다. 그래서 이 행복한 결말이 결국 맞지 않았나 싶다. 저는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근데 이번에는 제가 연기한 희섭이다 보니깐 행복했으면 좋겠더라.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