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 화성에서 출생 미신고로 경찰에 적발된 미혼모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이 있어 넘겼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는 가운데 실제 포털사이트나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불법 입양’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입양 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는 ‘네이버 지식iN’에 개인 입양 의사를 담은 게시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만난 신원 미상의 대상에게 출산 직후 보냈다고 했다.
23일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본 결과, 관련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개인 입양을 문의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지난 4월 작성된 글엔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진지 몇 달 지나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이미 5개월 차다. 돌 지난 아이를 혼자 양육 중이라 둘을 키우긴 사정이 버겁다. 개인 입양을 보내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SNS에도 ‘대리모 중개인’, ‘대리모 지원’ 등의 닉네임을 가진 계정이 수십 개 존재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기는 입양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식 입양 절차를 밟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출산 사실 자체를 숨기고자 하는 부모들 가운데서는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 문의 글을 올리며 ‘불법 입양’을 고민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불법 입양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출생 신고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작성된 이 게시글에는 “지인이 5년 전쯤 데리고 온 아이가 있다.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모에게 병원비를 주고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미혼모와 청소년, 불법 체류자 등이 영·유아 매매를 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신원이 최대한 적게 드러나는 방식을 택하려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출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병원 출산 등록 단계에서 입양받을 사람의 신원을 기술하거나, 아예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한다고 한다.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병원이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 밖 출산은 출생증명서 대신, 분만에 직접 관여한 사람이 출산 사실을 증명하는 서술서를 쓰기만 하면 된다. 보증인을 매수해 출생신고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렇게 정해진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입양을 하는 건 금전이 오가는 것과 상관없이 모두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 불법 입양 및 영·유아 매매를 줄이기 위해선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지속적 모니터링 및 브로커 처벌 강화, 보편적 출생신고제 도입 등 적극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