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배우 김병철이 '닥터 차정숙'에서 서인호가 두 여성의 사랑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면서 "코믹 판타지"라고 밝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불륜을 순화시키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며 그럼에도 한 사람의 부정적인 면과 재밌는 면을 조화롭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극에 참여했다고 이야기했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 김정욱)이 지난 4일 16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 차정숙(엄정화 분)이 1년차 레지던트가 되는 이야기로, 경력 단절 아줌마의 성장 이야기를 그려냈다.
'닥터 차정숙'은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어머니가 이제는 자신을 위한 인생을 꾸려나가는 성장기로 안방극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40대 중년 부부의 가정과 삶을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얻었다.
김병철은 극 중에서 차정숙의 남편이자 대학병원의 과장 서인호 역을 맡았다. 서인호는 바쁜 병원생활로 가족들에게 소홀한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김병철은 비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인물 설정을 애잔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인간미로 차정숙에게 막말을 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나쁜 남자'의 모습을 밉지 않게 표현했으며, 로이 킴(민우혁 분)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기싸움을 하는 서인호를 '계란으로 바위치는' 모습으로 담아내 웃음을 안겼다.
김병철은 지난 2003년 영화 '황산벌'로 데뷔해 여러 영화와 드라마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다 2016년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 메인 빌런 박중헌, JTBC '스카이 캐슬'에서 가부장적 아버지의 표본인 차민혁으로 분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어 '닥터 차정숙'을 통해 나쁜 남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짠한 서인호를 연기하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닥터 차정숙'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을 얻은 김병철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닥터 차정숙'에서 서인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점은 너무 많다. 너무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맺고 끊음을 잘해야 하는데 상황에 끌려가는 면이 크지 않나.
-서인호는 굉장히 나쁜 사람이다. 하지만 코믹한 연기라서 죽일놈 소리 까지는 안 듣는데.
▶저도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불륜을 순화시키는 면이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안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한쪽으로는 아무리 안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람들의 모습이고 그런 지점을 잘 드러내고자 했다. 사람이 단순하지는 않다는 게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정화, 명세빈 두 의사 여성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두 여자를 매료시킬만한 매력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재밌기도 했는데 어땠나.
▶그게 납득이 안 됐나 하하. (두 사람이)좋아하는 것 자체가 판타지 같은 설정이었다. 코믹 판타지가 괜찮은 것 같다. 저도 고민이었고 캐스팅 되고 나서 리딩 자리에서 저에게 인호가 무슨 매력이 있길래 여자들이 왜 좋다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저도 그 당시에는 답할 수는 없었다. 불륜이기는 하지만 승희에게 최선을 다하고 정숙과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때 그때 상대방에게 충실하게 행동한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나. 그런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했다.
-처음부터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있었나.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다. 이전에 '스카이 캐슬' 차민혁 캐릭터가 연상되는 지점이 있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대본을 읽으면 생각해보니, 상황이 꽤 다르고 부인과 내연녀가 있는 상황이 차민혁과 달랐다. 인물의 행동 묘사에서 코믹한 장면이 훨씬 많았다. 그런 장면을 재밌게 살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면과 재밌는 면이 함께 있어서 조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고,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닥터 차정숙'에서 서인호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주변 반응을 느낀 게 있나.
▶주변 반응을 많이 확인하는 편은 아니었다. 욕을 많이 먹을 캐릭터였는데, 욕을 더 많이 먹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긍정적인 반응은 감사하다. 그렇게 받아들여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인호는 안 좋은 행동을 했어도 짠해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엄정화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처음부터 30년 가까이 함께 산 부부라는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기자끼리도 '누나'라고 말하고, 말할 때도 친근한 느낌을 위해 반말을 사용했다. 저는 평소에 존댓말 쓰는 것이 편한데, 누나가 제안해서 의식적으로 (반말로) 바꿔봤다. 확실히 어색함을 줄여주는 데는 영향을 많이 줬다. 편한 분위기에서 호흡이 만들어졌다. 엄정화씨에게 제가 의지가 됐다면 기쁘다. 제가 누나를 훨씬 많이 의지하지 않았을까. 엄정화 배우 자체가 밝기 때문에 현장이 부드러워지고 소통하기 좋았다.
-코미디 연기는 어땠나.
▶코미디 작품을 좋아한다. 보는 것도 좋아하고 작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경험들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장면을 연기할 때 그런 경험이나 성향으로 인한 특별한 비법이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넘어질 때도 풀썩 주저 앉는 것보다 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전제를 생각해서 몸이 경직되는 것으로 표현한다던지, 그런 식으로 상황을 연상해서 표현한 것 같다.
-코미디 연기할 때 작정하고 웃기려고 노력하는 편인가.
▶상황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작정하고 웃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작정할 것 같다. 그것은 엄청난 능력이다.
-본인은 유머러스한 편인가.
▶유머러스한 편인 것 같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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