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지난 해 11월16일 오전 3시33분쯤 경남 김해의 한 거리에서 길을 걷던 한 무리를 향해 승용차가 돌진했다.
무리 중 남성 두 명은 가까스로 직접적인 충격은 피했지만, 여성 두 명은 그대로 부딪혀 10여m를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 A씨(49)의 손에는 흉기가 들려있었다. 그는 쓰러진 여성들에게 다가가 주저없이 전 여자친구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흉기가 부러지자 그대로 달아났다.
흉기에 복부를 찔린 B씨는 치료 일수 미상의 장기 손상을 입었고, 함께 쓰러진 B씨의 동생 C씨는 척수 손상으로 14주 간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둘 다 목숨은 건졌다.
참혹한 이 사건은 A씨의 B씨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
A씨와 B씨는 201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4년여 간 동거를 했다. 동거 기간 B씨는 A씨의 폭력에 시달려 몰래 거처를 옮기는 등 여러차례 A씨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A씨가 찾아내는 바람에 실패했다.
B씨는 원하지 않는 교제를 계속 강요받다 지난 해 4월에는 A씨 몰래 김해로 이사를 했다. 김해에서 동생과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냈지만 이도 얼마 못 가 A씨에게 발각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동거는 하지 않고 A씨는 경북 김천에서, B씨는 김해에서 각자 일을 하고 주말에 만나는 식으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B씨는 식당 영업을 마치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전화로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B씨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 참다못한 B씨와 함께 있던 남성이 대신 전화를 받아 A씨에게 “싫다는 사람에게 왜 자꾸 전화하냐”고 따졌다.
자신도 모르는 남성의 꾸짖음에 A씨는 알겠다고 말한 뒤 통화를 끊고 격분했다. 화를 참지 못한 A씨는 새벽시간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B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갔지만 오전 2시40분쯤 도착해서 A씨가 본 모습은 그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식당 안에서 남성들과 웃고 떠드는 B씨의 모습을 본 A씨는 격분해 B씨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A씨는 식당 인근에 있던 B씨 집에서 흉기를 가져왔고 1시간 여 동안 차안에서 B씨 일행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2007년에도 흉기로 사람을 찔러 살인미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다른 폭력 전과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에 대한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높음’으로 나왔고,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도 ‘높음’으로 평가돼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4부 장유진 부장판사는 “범행 수법이 매우 위험하고 이전에도 살인미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다 다른 폭력 전과도 다수 있는 점 등을 비춰볼 때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며 지난달 20일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종료 직전부터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가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