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대구 학교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2011 12월 19일 학교 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승민군의 사연을 전했다.
얼굴 빼고 시퍼렇게 멍든 몸.. 승민군 어머니의 고통
사건 당일 평소처럼 중학생 아들 승민군의 배웅을 받고 출근길에 올랐던 어머니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화로 듣게 됐다.
승민군 어머니는 "출근 중 경찰에 '사고가 났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앞으로 오라더라"라며 "이미 하얀 천으로 덮여있었다. 사망 확인을 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애를 안았는데 따뜻했다. 막 바닥에 주저 앉아서 '아니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망 당시 승민 군은 고작 만 13세였다.
어머니는 당시 시체검안소에서 승민군 몸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얼굴을 제외하고 온통 시퍼런 멍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 배, 엉덩이 등에는 멍이 들어있었고 멍의 색으로 보아 이는 오랫동안 지속된 구타의 흔적이었다.
승민군 유서엔 "내 자신이 비통하다.. 불효인줄 알지만"
조사 중 승민군의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승민군은 유서에 그간 자신이 겪은 일들을 빼곡히 적어놓았다.
그러면서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내 자신이 비통했다"라며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할 것 같다"라고 적었다.
"우리가족 사랑했다.. 나 없다고 슬퍼하지 않길"
유서 맨 마지막 장에는 승민군의 부탁이 적혀 있었다. 승민군은 "내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여기 없었을 거다. 장난 치고 철 안 든 척 했지만 우리 가족을 사랑했다. 매일 남 몰래 울고 매일 맞던 시간들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죽지 말아달라. 내 가족들이 슬프다면 난 너무 슬플 것"이라고 남겼다.
이어 "부모님께 한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 못했는데 지금 전한다. 엄마 아빠 사랑한다"라고 덧붙였다.
"집 도어락 번호 바꿔달라.. 가해자가 또 올수도" 가슴 찢어지는 당부
그러면서 "마지막 부탁인데, 저희집 도어락 번호 키 바꿔달라. 가해자들이 알고 있어서 제가 없을 때도 문 열고 들어올 지도 모른다"라고 가슴 아픈 당부를 남겼다.
승민군의 어머니는 "가족들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형은 동생이 그렇게 됐는데 아무 것도 못 도와줬다는 죄책감, 남편은 남편대로 멀리 있어서 아이를 못 봤다는 죄책감, 엄마의 죄책감은 뭐라 말할 수도 없다. 내가 내 아이를 못 지켰으니까. 중학교 교사인 자기 아들 저러는 것 몰랐나"라고 자책하며 오열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