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돈 문제로 골머리가 썩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진 이렇게까지 고민이 없었는데 이젠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다. 5만원 이상 사용 시에는 할부결제를 하는 등 원칙을 정해두긴 했으나 어느새 결제액이 월급을 초과하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적금을 깨다가 지난해부턴 마이너스 통장을 하나 더 뚫게 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얼마 전에 청약저축을 해지하고 어머니로부터 돈을 꾸기도 했다. 지출내역을 뜯어보니 이따금 부모님 물품 구매, 커피값, 한 달에 서너 차례 캠핑(7만~10만원), 소소한 물건 사기 등이 있었다. 소비 당시엔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모아보니 꽤 금액이 컸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느 선에서 줄여야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현금으로만 살아보기 위해 생활비 통장을 만들어서 50만원씩 넣고 쓴 적도 있는데 일주일 만에 다 써버리는 등 효과가 없어 결국 포기했다. 어디서부터 아끼고, 어떻게 부채를 상환해야 할지 막막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A씨(33)의 월 수입은 23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연말정산 환급금과 상여금을 합쳐 연간 비정기 수입으로 200만원이 잡힌다. 월 지출은 208만원이다. 보험료(13만원), 휴대폰비(7만원) 등 고정비로 20만원이 나가고, 식비·간식비(50만원)를 비롯해 교통비(15만원), 의료비(3만원), 쇼핑비(70만원), 캠핑 비용(50만원) 등 변동비로 188만원이 쓰인다. 저축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자산은 보통예금에 들어 있는 5만원이 전부다. 용처가 파악되지 않은 금액은 22만원이다. 월 지출과 별개로 연간비용 800만원도 든다. 부채로는 마이너스통장(530만원), 신용카드 할부누적(401만원)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출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고 하는 내담자들의 공통적 특징은 신용카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물론 편리하고 각종 혜택이 주어지지만 소비가 쉽게 불어나는 리스크가 동반된다.
적절한 선은 어디일까.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사항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지출관리 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월 카드결제 금액이 수입 30% 이상이다 △할부 3건 이상이 3개월 넘게 남았다 △신용카드 사용 이후 저축이 줄었다 △지난 1년간 카드결제 금액 부족으로 3회 이상 고민했다 △월급에서 현금이 부족해 신용카드를 쓰는 편이다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카드가 여러 장 있다면 돈 사용에 무감각해 질 수밖에 없다”며 “결제 당시엔 내 통장에서 나가는 금액이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만 결국 고통이 지연될 뿐이다. 결제일은 언젠가는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월 수입(230만원)보다 적게 소비하도록 매월 지출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당장 이달만 보면 월 수입에서 고정비(20만원)와 당월 신용카드 결제예정 금액(150만원)을 제외하면 60만원이 남는다. 이 범위 내에서 모든 지출을 해결해야 한다. 할부거래를 자제하고, 매월 지출흐름이 들쑥날쑥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에 집중해야 가능하다.
과소비 항목 파악도 중요하다. A씨의 지출항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쇼핑과 캠핑이 문제다.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인식하지만 결국 미래에 받을 스트레스로 현재를 땜질하는 셈이다. 가능한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취미 등을 찾아보는 게 합리적이다. 기어코 해야 한다면 횟수를 줄여야 한다. 간식과 카페 비용, 택시비 등을 아끼는 일이 병행되면 더욱 효율적이다.
비상금 통장 개설도 한 방안이다. 할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 목돈을 모으면 충동 소비가 자제된다. 이 돈으로 상해·질병 등에 따른 의료비, 사기피해 등 돌발 비용 발생에도 대처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쓴다고 무조건 신용도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장인 연말정산 원천징수영수증상에서 총급여 25% 정도는 신용카드 공제가 되지 않는다”며 “미공제 부분 만큼은 신용카드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을 활용하면 공제 범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를 아예 없애지 못한다면 즉시이체를 하는 게 좋다. 결제일이 돌아오기 전 청구금액이 ‘0원’이 되게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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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