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자들과 대화 중 버럭한 트럼프, 휴대전화까지 던지더니...

2023.05.04 07:0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한 기자의 휴대전화를 집어던지면서 나가라고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월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유세한 직후 자신의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에 함께 탑승한 소수의 기자에게 이날 유세 군중이 2만5000명이 넘었다고 자랑하면서 기자들이 행사를 즐겼는지를 물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인 뉴욕 맨해튼 검찰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직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이 살아난다"며 "인기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참석한 유세 군중이) 한 300∼400명쯤 될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선 경선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경멸조의 '디생크터모니어스'라고 칭하면서 "그는 179명이었다. 지금껏 아이오와에서 가장 많은 군중이었다"고 조롱했다.

그러던 중 한 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맨해튼 지검의 수사'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그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본 힐야드 NBC 기자가 해당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좌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좌절했다고? 난 방금 두 시간 동안 연설했다. 난 그것으로 좌절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발끈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건 가짜 수사다. 우린 잘못한 게 없다. 정반대다. 이것은 가짜 뉴스다. NBC는 나쁜 뉴스 중 하나다. 그것에 대해 더는 질문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힐야드 기자가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나. 1·6 사태가 정화될 수 있나"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 결코 폭력에 찬성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화가 나 있다"고 답했다.

힐야드 기자가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힐야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누구 것이냐"고 물었고 힐야드가 자신의 것이라고 하자 휴대전화를 옆으로 집어던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힐야드)를 여기서 내쫓아라.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쳤고, 트럼프 참모들은 기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녹취 오디오에는 트럼프가 휴대전화를 던졌을 때 가볍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재선 캠프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트럼프는 많은 주류 매체를 (전용기에) 태워 왔고, 지금껏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며칠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건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한 34개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써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첫 형사 기소라는 오명을 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정치적 박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