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성+인물' 제작진이 콘텐츠와 관련해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논의의 장'을 마련했을 뿐이라며, 한 의견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나눴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5가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일본편'(이하 '성+인물') 정효민, 김인식 PD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성+인물'을 제작하게 된 이유와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정 PD는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빨리 나누고 싶었다"라고 했다.
'성+인물'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 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 보편적인 관심사이지만 나라와 문화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성'을 접점으로, 다른 나라만의 특별한 성 문화를 알아간다. 정 PD는 '성+인물'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성이 자신의 정체성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AV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시즌 전 편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라고 했다. 이어 "대만 편에서는 LGBT(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으로 주제가 더 확장될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구나를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진행은 앞서 '마녀사냥'에서도 활약했던 신동엽, 성시경이 맡았다. 두 사람에게 기대한 부분에 대해 정 PD는 "미혼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금시기되던 2013년에 JTBC '마녀사냥'을 했을 때는 MC인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걸 기대했다면, 이번에는 타국의 문화적 특성을 최대한 솔직하게 이끌어내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라며 "여기서는 신동엽이 장난을 치는 강도나 빈도가 세지 않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두 사람 다 '굿 리스너' 역할을 하고 그게 제작진도 바라던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콘텐츠는 오픈 후 소재와 다루는 방식 등으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PD는 시청자 반응을 살펴봤냐는 질문에 "다양한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라며 "시청하는 분들이 일부는 낯설게, 누군가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시시하다는 피드백도 있었다"라고 다양한 반응에 대해 전했다. 정 PD는 "대만 촬영 중 피드백을 봐 자세히 봤다고 하긴 어렵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고 그 이상은 교양, 다큐의 영역"이라며 "왜 예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냐고 물으셔도 좋지만, 다양한 담론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예능이 할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첫 번째 나라인 일본 편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특징적인 성 문화를 이야기하는 약 30명의 인물들이 출연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 인물들 중 AV(Adult video, 성인 영상물) 출연 배우와 제작자, 호스티스클럽 호스트 등이 등장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음지 문화를 양지로 끌어온 부분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성착취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왜 AV 배우를 '성+인물'에 등장시켰을까. 정 PD는 "우리도 조사하며 그런 (성착취에 대한) 부분을 고려했다"라며 "성인 엔터테인먼트에서 AV는 주류인 부분이다, 거의 1조원에 가까운 시장이고 '편의점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그 산업 규모와 맞먹을 정도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성인 관련 산업은 명과 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데, 일부 암이 있다고 해서 전혀 다루지 않아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 이 분야에서 정통적인 길을 걸어오고 소신을 갖고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 PD는 AV 배우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우리가 얻어낸 성취라면 이 대화를 통해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AV는 진짜가 아니고 연출이라는 말이 그들 입장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라며 "처음 시도에서 그 정도 이야기가 나온 게 아쉬운 점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다음 논의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더불어 성 산업의 명과 암 중 긍정적인 면만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우리가 그 사람들의 생각과 철학을 물어봤을 때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부분을 내보내는 걸 미화한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AV를 다룬 이유에 대해 정 PD는 "우리나라에서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건 불법의 영역에 들어가지만, 개인이 보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제작도 합법이고, 전세계적으로 제작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다"라며 "우리가 일본의 성 문화를 다루면서 AV를 피해가야 하나 생각했을 때 성인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사견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이 산업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기 보다 (종사하는) 사람이 어떤 소신과 직업적 소명을 갖고 일하는 지에 포인트를 맞춰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싶었다"라며 "성은 음주, 흡연처럼 문화적 스탠다드를 어디로 잡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유럽의 어느 나라는 16세에 술을 먹어도 되지만 일본은 20세가 넘어야 하는 것처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갖는 좌표가 어딘가를 알아보고 화두를 의미 있게 던져볼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엽, 성시경은 일본에서 새로운 성 문화를 접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 정 PD는 "프로그램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MC들이 느끼는 부분이 일치해 즐거웠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촬영을 끝내고 두 분이 했던 이야기가 '세상에는 다양한 사함들이 있고 성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하는구나', '직업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귀천을 따지는 성향이 있다면, 그것과 관계없이 소신을 갖고 자신의 일을 한 사람은 이야기를 나눠볼 만 하구나'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기획의도와는 별개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특히 MC 신동엽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SBS '동물농장', tvN '놀라운 토요일' 등에서 하차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다양한 담론이 터져나오는 건 즐겁지만, '동물농장'을 하차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신동엽에게 죄송한 일이 됐다"라며 "대만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라이브도 아니고 편집을 거쳐가는 거라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일본 편에 이어 최근 대만 편 촬영을 마쳤다. 앞서 받은 비판이 대만 편에 영향을 줄까. 정 PD는 "그렇지는 않다"라며 "어떻게 보면 대만 편도 LGBT를 다루는 거 자체가 논쟁을 불러올 수 있지만, 삶의 방식을 다루면서 '네 방식은 잘못됐어'라고 하는 건 안 된다,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나라 편이 제작된다.
한편 '성+인물'은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