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만난 다른 지적장애인의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를 하고 대출까지 받아 수천만원을 갈취한 20대 지적장애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는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김동진 판사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사전자기록 등 행사 혐의를 받는 A씨(26)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지적장애인 B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이용해 합계 7800여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만난 B씨가 지적장애가 있는 것을 알고 B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리거나 자는 틈에 몰래 휴대전화를 가져와 소액결제와 휴대폰 송금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한 뒤 '선물하기'로 모바일 상품권 등 140만8500원 상당을 구입해 자신 등에게 선물을 보냈다. 또 B씨의 휴대전화에 카카오페이 기능을 설치해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총 3966만원을 송금하고, 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B씨 계좌의 돈 3442만9000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 휴대전화와 그의 지갑에서 빼낸 신분증을 이용해 B씨 명의로 한 저축은행의 온라인 대출서류(여신거래약정서)를 써서 4300만원 대출을 신청하려고 했으며,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계정에 접속해 292만6000원 상당의 BJ 선물을 소액결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등학생 수준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며 "현재 장애인일자리제도에 의한 바리스타 업무를 하고 있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무연고 지적장애인인 A씨와 B씨를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이 A씨에 대한 계도·감독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것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