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에코프로(086520) 그룹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증권맨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에코프로를 왜 사지 않았냐는 고객들의 민원이 쏟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여전히 에코프로가 비정상적인 과열 국면이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에코프로로 집계됐다. 무려 1조301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을 8349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전체 순매수 규모의 40%가 에코프로주에 쏠릴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 에코프로 때문에 옷 벗는 증권맨
하지만 증권업계는 에코프로가 골치덩어리다. 최근 에코프로비엠에 '숏'(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외국계 헤지펀드운용사에서 낮은 수익률에 책임을 지고 팀 전체가 퇴사했다고 한다. 비단 외국계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에서도 에코프로 관련 투자 손실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난 운용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과도하다며 현재가의 절반 수준의 목표가를 제시한 투자리포트를 내놨다 당일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투자자들의 민원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고 한다.
증권사 PB는 지점에서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용에 자신이 있고, 자산운용 자격증이 있으면 증권사 PB는 펀드와 같은 랩(Wrap) 상품을 운용할 수 있다. PB가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에 고객들이 투자하는 식이다. 하지만 해당 랩에 에코프로를 담지 않은 탓에 시장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어 고객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증권사 PB는 "에코프로는 지금 가격의 절반 수준일 때부터 고평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았다"면서 "지금 시장은 상당히 비정상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판단이 틀렸기 때문에 고객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애널리스트들도 고평가라고 하는 상황에서 어떤 판단으로 해당 종목에 투자할 수 있겠냐"면서 "우리처럼 밸류에이션(가치)을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포트폴리오에 에코프로를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코프로사는 사람?…강남 자산가 女
삼성증권에 따르면 강남에 사는 여성 고객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삼성SDI(018260)에 이어 에코프로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자산가가 가지고 있는 상위 10개 종목에 에코프로 관련주가 하나도 없는 것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투자에 더 과감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여성들은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이를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는 '과감함'이 필요한 영역이 됐다. 밸류에이션을 넘어 수급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 에코프로 주가 전망 역시 수급에 달려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지수편입 이슈가 있어 시장의 우려처럼 당장 급락하진 않을 것 같고, 오히려 조금 더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지금 에코프로 그룹주는 주식이 아니라 코인이 된 느낌이라 장기적인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