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노량진 상인들 다 죽으라는 얘기지, 당장 내 자식도 수산물 안 먹을 것 같아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뉴스 나오면..."
(상인 박모씨·54)
"정부가 일본에 저자세로 나가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거 아니겠습니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얘기부터 해서... 당장 상인·어민 생계는 생각도 안 하는거죠"(상인 유모씨·49)
일본 정부가 오는 6월부터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예고하자 국내 수산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당분간 수산물 소비를 기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버텼는데 이제 다 죽자는 거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이제야 긴 코로나19 터널을 뚫고 왔는데, 다 같이 죽자는 거냐"며 격양된 분위기다. 시민사회도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날 기자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누가 수산물을 마음 놓고 사먹겠냐"며 "장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시장에서 30년 동안 어패류를 판매한 상인 김모씨(55)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이곳 수산물 오염 여부와 상관없이 손님이 저절로 뚝 끊기게 된다"면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상인들 생계 위협 책임은 누가 지는거냐"고 분개했다. 김씨는 "드디어 마스크를 벗었는데 매출이 회복하기도 전에 악재가 겹쳤다"며 "노량진 수산시장 뿐만 아니라 전국 어민들, 상인들이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에 나설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58)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주문했다. 그는 "상인들은 (방류가 시작되면) 최소 반년 이상은 생계가 위험하다"며 "2년 전 방류 계획을 듣고도 정부는 뭐했냐, 앞장서 생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오염수 방류되면 수산물 끊겠다"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 1회는 수산시장을 찾는다는 직장인 임모씨(30)는 "지금도 일본산은 불안해서 원산지를 꼭 확인한다"며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수산물 소비를 아예 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세부대응계획 수립연구'에 담긴 국민 1000명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 83.4%가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 감소폭은 44.6~48.8%으로 연간 피해액은 3조7200억원에 달한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국내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하고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17일 정부는 전날 오염수 방류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성 검증을 지지한다는 G7 공동 성명과 관련해 "오염수 방출에 대한 과학적·객관적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상인 최모씨(50)는 "그렇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때 광우병 논란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면 그 당시엔 부정확한 정보로 공포가 커졌었다"면서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제기되는 오해가 있으면 팩트체크를 해주고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 불안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한국환경운동연합 등 783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활동과 정부를 향한 본격적인 규탄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