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주사고가 나는 게 반갑네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지난 11일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제목이 엿 같죠?"라며 "저도 안다.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행위) 아니다. 정말이지 반갑다"라며 말문을 뗐다.
A씨는 "피해자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저한테는 간절하다"라며 자신이 음주사고의 유족임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반년 전 집 근처에서 술 취한 동네 주민이 몰던 차에 사고를 당해 숨졌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였으나 경찰은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고 현재까지도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라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는 자기 집에서 따뜻한 밥 먹고 가족들이랑 웃으면서 누가 또 술 먹고 사람 치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겠죠. 검찰로 갔었는데 경찰 조사 보완하라고 다시 내려왔다더라"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A씨에 따르면 검찰은 처음에 가해자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하려고 했었다. A씨의 아버지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듯한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있었다는 이유에서다. A씨의 가족은 변호사를 만나고 더 무너져 내렸다. 변호사로부터 "이 정도는 실형 안 나온다. 보완 수사하라는 게 무슨 말이겠냐. 피해자 과실도 본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당시 "검찰로 다시 넘어가기 전에 다른 음주사고가 화제가 돼서 높은 형량이 구형되길 기다려라. 그러면 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상담 후로 음주사고 소식이 반갑다. 슬프고 아픈 사고일수록 더 반갑다"라며 "그래서 판사님이 이전 형량보다 세게 때리면 우리 아빠 죽인 가해자가 단 한 달이라도 실형을 살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집행유예 가능성이 99%라고 했는데 이젠 96%쯤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80%쯤 되려나'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남은 가족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해자들은 어디 갇히지도 않고 집행유예라는 벌을 받는다. 그걸 벌이라고 내리시는가"라며 호소했다.
이어 배승아양의 사건에 대해 "모든 뉴스가 스쿨존 얘기만 하더라. 술 취한 사람한테 스쿨존이 무슨 소용인가. 음주운전이 살인행위라면서 왜 중형으로 다스리질 않는가"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가해자의 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많은 음주사고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했다. A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피해자 가족들 앞에 놓여있다"라며 "제발 피해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을 내리지 말아달라"라고 재차 호소했다.
A씨의 글에는 공감과 위로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한편 2018년 도입된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윤창호법 실행 이후에도 현재까지 국내에서 내려진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 중 최고 형량은 8년에 불과하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