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람피운 코인 재벌과 이혼했는데 재산분할은 0원? 알고보니...

2023.04.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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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1은 격주 일요일마다 '알고보니'를 연재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궁금할 법한, 그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법률적인 사안을 풀어 쓰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알고 나면 손해 보지 않는 꿀팁'이 되도록 열심히 취재하고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암호화폐(비트코인)의 황제라고 불렸던 황재황씨(가명·38·남)와 부인 박혜령씨(가명·34·가명)의 결혼생활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하루종일 암호화폐 차트를 보는 재황씨는 집에서도 신경이 곤두서 짜증을 내기 일수였고, 혜령씨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둘 사이에 아이도 태어났지만, 부부 사이는 점점 멀어져갔다. 기울어져 가는 재황씨의 사업과 여자문제로 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싸웠다.

그러던 중 시부모님 마저 모시게 되면서 혜령씨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여섯 번째 결혼 기념일을 혼자 보낸 혜령씨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이 집에서 내가 기여한 만큼 재산을 가져가겠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년 간의 이혼소송을 끝낸 후 혜령씨가 받을 수 있는 재산분할 금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대체 왜일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재판상 이혼시 분할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큰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은 재산 분할 시 상당한 차이가 생기게 된다.

당초 암호화폐는 재산분할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대법원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몰수 대상에 암호화폐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인정한 후부터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

지난 2021년 10월 서울가정법원에서도 변론종결시점과 가까운 날짜의 가액을 기준으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한 후 재산분할을 한 바 있다.

실제로 재황씨가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의 가치는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서 점점 떨어져 0원에 가까워졌다. 결국 혜령씨가 받을 수 있는 재산분할 금액도 줄어들게 됐다.

그렇다면 이혼 소송시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혼 재산분할은 부부 공동재산을 대상으로 한다. 부부가 혼인 기간 협력해 취득한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혼인 전부터 부부가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에 일방이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은 제외된다. 그러나 특유재산이라도 배우자가 혼인 중 그 재산의 유지 또는 관리에 이바지한 바가 있다면, 그 기여도를 입증하면 재산분할에 포함할 수 있다.

이후 둘 중 한명이 가정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하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재산목록을 밝혀야 한다. 재산명시 만으로도 소송 진행이 어려우면 '재산조회' 신청도 가능하다. 재산조회란 가정법원을 통해 가상화폐거래소,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에 있는 재산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경우 재산조회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알고 있을 경우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명령 신청이 가능해졌다.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암호화폐 보유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재산분할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목록을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약 재황씨가 이혼 소송 직전 높은 가격에 코인을 매각했다면, 이 경우에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까.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한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 암호화폐를 매각한 경우라면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해 매각대금을 확인하고 그 금액을 재산목록에 기재해 분할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