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기 유모차와 부딪혔는데 진단서를 끊겠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지 부부나 부모님들 입장이 궁금해서 여기 쓴다"라며 "오늘 낮에 작은 삼거리 쪽을 걷다가 트러블이 있었다. 주말이라 길에 자전거랑 꽃을 보러 나온 사람들 때문에 살짝 복잡했다"라고 운을 뗐다.
A씨는 "제가 급하게 움직이다가 반대편에서 오던 유모차 바퀴에 발이 걸리다시피 부딪혔다. 심한 충돌은 아니었다"라며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 지나가려는데 (유모차를 끌던 부부가) 저를 부르더라. 그쪽은 부부였는데 그중에 아기 엄마가 '그러고 가시면 어쩌냐'라고 하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A씨가 "죄송해요.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아기 엄마는 A씨를 향해 "아이가 어린데 다쳤냐고도 안 물어보냐. 부딪힐 때 유모차가 흔들려서 유모차 기둥에 얼굴이라도 부딪혔으면 어쩔 거냐"라고 화를 내며 "붐비는 시간에 조심성 있게 다녀 달라"라고 나무랐다. A씨는 심한 충돌이 아니라고 생각한 탓에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A씨는 "솔직히 길 가다가 흔히 가볍게 부딪히는 그 정도여서 괜찮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의아했지만 일단 죄송하다고 했다"라며 "그런데 옆에서 아이 아빠가 엄마에게 귓속말처럼 몇 번 뭐라고 말을 했다. 그 때마다 엄마가 저를 나무라더니 나중에는 상기된 얼굴로 연락처를 남기라고 길길이 뛰더라"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이를 데리고 가족끼리 나왔다가 속상했나 싶었지만 솔직히 길에 서서 그 정도로 언쟁하기엔 아이도 너무 얌전히 있었고 부딪혔다고 울지도 않았다. 유모차 안을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다칠 만한 충격이 전혀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A씨는 연락처를 달라는 아기 엄마의 요청에 "어머님, 속상하신 건 알겠는데 연락처까지 드리고 가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아기 엄마는 "진단서를 끊어둬야 한다"며 "아기들은 자기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병원에 가기 전엔 티도 안 난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기 아빠 역시 A씨에게 "연락처를 주고 가라. 어차피 길마다 폐쇄회로(CC)TV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A씨는 "말을 무시하면 도망가는 것 같아서 전화번호를 주고 왔는데 이게 그렇게 잘못한 거냐"라며 "유모차 부딪힌 걸로 서너 번 죄송하다고 했으면 된 것 같은데, 진단서를 끊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치료비를 달라는 건가. 아이는 정말 다친 곳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유모차 안에서 자는지 깼는지 노는지 구별도 안 될 정도로 얌전했다"라고 하소연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저걸 지금 교통사고로 취급하는 거냐. 그럼 유모차도 바퀴가 달렸으니 차인가", "경찰서에 신고부터 하지", "괜한 트집 잡아서 보상을 요구하면 신고하는 쪽이 빠르다", "그 부부가 공갈 사기단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한편 아기 엄마로 추정되는 B씨가 댓글을 직접 남겼다. B씨는 "왠지 저희 얘기 같다. 어떤 학생이 휴대전화 정신없이 들여다보면서 뛰어오다가 아이가 탄 유모차에 박았다"라며 "그날 집에 와서 계속 그 학생의 태도에 화가 나고 아이 걱정도 돼서 밥 한 숟가락을 제대로 못 먹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다치지도 않았는데 돈 뜯으려고 한다는 댓글 있던데, 절대 아니다"라며 "혹시라도 필요한 일 대비해서 번호 받아놓은 거고, 제 번호도 A씨 휴대전화에 뜨게끔 했다. A씨가 엄청 사과했다는 듯이 적어놨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끝으로 B씨는 "딱 봐도 대학생밖에 안 돼 보이는데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옷이며 머리며 공부라곤 담쌓게 생긴 날티 스타일이더라"라며 "그런 학생이 건성으로 내뱉으면서 기어오르는 데 누가 가만히 있겠냐. 어찌나 눈 치켜뜨고 대들던지 이러다가 한 대 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A씨를 비난했다. 이어 B씨는 "아이가 이제 돌잡이밖에 안 돼서 몸도 연약하고 손도 많이 가는 시기다. 지금 괜찮아도 내일 어떻게 갑자기 아플지 모르는 개월 수"라며 "딱 봐도 근처 대학 다니는 학생 같은데 행동 똑바로 하고 다녀라. 남의 뒷담화하지 말고"라고 쏘아 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