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고 (故) 현미가 향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한 가운데, 고인과 전 남편 고 이봉조의 러브 스토리가 재조명 받고 있다.
현미는 지난해 10월9일 방송된 TV조선(TV CHOSUN) '스타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했다. 당시 현미는 전 남편으로 지난 1987년 사망한 7세 연상의 유명 작곡가 고 이봉조를 언급하면서 "1957년도 미8군 공연시절에 이봉조씨를 처음 만났다"라며 "이봉조 선생님이 눈이 새카맣고 잘생겼더라"라고 얘기했다.
이어 "나를 정말 잘 챙겼던 게 한 겨울에 트럭을 타면 자기가 자기 양말 벗어서 신겨주고 챙겼다"라며 "내가 처음 몸을 바친 사람도 이봉조 선생님이었다"라고 말했다.
현미는 "연애를 지독하게 해서 매일 만났다"라며 "그땐 그 사람이 유부남인지도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딸이 두 명있는 유뷰남인데 나한테 총각이라고 해서 만났는데 딸이 둘 있는 유부남이더라"라며 "그 이후에 제가 아들 둘을 낳으면서 결혼 생활을 했다"라고 말했다.
현미는 "(이봉조에게) 부인이 있고 이미 아이가 둘이었는데 그 사람을 돌려보내야 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이별을 택했던 이유를 밝히기도.
이어 "(이봉조가) 나한테 겁을 주려고 들어와서 야구방망이로 살림을 다 때려부셨다"라며 "얼마나 무서웠겠나, 추운 겨울에 잠옷 바람에 밍크 코트를 입고 나온 게 헤어진 거였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현미는 이봉조가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눈물을 훔쳤다. 현미는 "이게 1987년도인가 그럴 거다, 나하고 헤어졌을 때"라며 "그 잘생긴 사람이 말라가지고 나한테 틀니를 보여주더라, '이렇게 불쌍하게 살고 있는데 안 받아줄 거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봉조가) 다시 살자고 했다"라며 "그렇게 다시 살았는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운명이 거기까지 밖에 안 됐나보다, 이제 생각하면 너무 안 됐다"라고 눈물을 훔쳐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현미가 오전 9시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 쓰러져 있는 것을 팬클럽 회장 김모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미는 지난 1938년 평안남도 강동군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평양에서 보냈다. 이후 6.25 전쟁 당시 1.4 후퇴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한의 가족들을 만나는 모습이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현미는 1957년 미8군 위문 공연에 오르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1962년에는 냇 킹 콜의 곡에 자신이 작사한 가사를 입혀 '밤안개'를 발표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현미는 '내 사랑아' '떠날때는 말없이' '보고 싶은 얼굴' '무작정 좋았어요' '애인' '몽땅 내 사랑' '바람' '왜 사느냐고 묻거든' 등의 히트곡들을 발매하며 많은 국민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현미는 이봉조 사이에 아들 이영곤과 이영준씨를 낳았다. 첫째 아들 이영곤은 '고니'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둘째 아들 이영준씨는 가수 원준희의 남편이기도 하다. 현재 현미의 두 아들은 미국에서 지내고 있어, 이들의 귀국 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현미는 한상진 및 가수 노사연의 이모이기도 하다. 현미의 언니가 노사연의 어머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