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를 주택가에서 마주치고도 침착하게 뒷짐을 진 채 곧바로 돌아서는 한 남성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골목에서 얼룩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침착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어린이대공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강민준 과장은 세로 구출 작전에 투입됐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영상 속에서는 침착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되게 허덕이면서 (골목으로) 뛰어간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과장이 세로와 마주친 장면은 온라인을 통해 퍼져 나갔다. 당시 강 과장은 골목에서 세로가 뛰어오는 것을 눈치챈 뒤 바로 뒤돌아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쳐다보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흥분한 세로는 그대로 골목을 질주해 달아났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얼룩말을 보자마자 침착하게 뒷짐지고 뒤돌아가는 모습이 웃기다" "얼룩말 여러 번 만나본 사람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턴남", "침착남"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야생동물의 경우, 흥분해 있을 때 사람이 더 흥분시키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뒤돌아서 못 본 체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소속인 강 과장의 업무는 조경시설(놀이터, 휴게시설 등) 유지관리, 조경공사 발주 및 감독이다. 세로 탈출로 당시 어린이대공원 전체가 비상 상황이었고, 현장 지원에 나서면서 영상이 찍혔다.
한편 세로는 탈출 약 3시간 30분만에 포획돼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다. 복귀 후 이틀은 먹이도 제대로 먹지 않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부터는 방사장에서 관람객들을 다시 마주했다. 세로가 탈출하며 부순 나무 울타리 안쪽에는 높이 2m가 넘는 초록색 철제 울타리가 임시로 설치됐다. 얼룩말 방사장 주변은 세로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세로는 어린이대공원의 유일한 얼룩말이다. 재작년과 작년, 각각 엄마와 아빠를 잇따라 잃고 혼자 남겨졌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 습성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까지 세로의 짝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