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MZ세대'는 어느덧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정치권에선 'MZ표심' 잡기에 골몰하고, 학계에서는 'MZ세대 담론'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들은 "우리는 오해받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그 오해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해 뉴스1 사회부 기자들이 나섰습니다. MZ세대 최전선에 있는 90년대 중반생 기자부터 '젊은 꼰대' 소리 듣는 80년대생 기자까지 'MZ통신'을 연재합니다.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MZ세대 앞에선 무슨 말을 못 하겠어"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MZ세대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인식이 깔린 '평가'이지요. MZ세대는 사적인 대화를 꺼리고 개인적인 교류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죠.
실제로 그럴까요? 제가 취재한 MZ세대들은 "그렇지 않다.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회생활하려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사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대부분 인정하는 것이지요.
요컨대 '회사에서 사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라는 것이죠. 나이 불문하고 '사회 인식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과는 소통을 꺼린다는 의미이지요.
◇ "스몰토크 환영…단 대화 상대 누구냐 따라"
올해 취업 2년차 이지혜씨(가명·28·여)는 회사에서 동료·상사들과 이른바 '스몰토크'(가벼운 대화)를 자주 합니다. 지혜씨는 "아무리 그래도 사회생활인데 대화 자체를 안하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대화 상대'입니다. 상대에 따라 말의 억양부터 달라진답니다. 상대를 신뢰하면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그렇지 않으면 소통 자체가 불편하다는 것이지요.
후자의 경우 "업무 외 대화는 모두 차단하고 싶다"는 게 지혜씨의 속내입니다.
한 달에 3주는 재택근무하고 나머지 한주는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희정씨(가명·28·여)도 "회사에선 소문이 워낙 빨리 돌아 아무래도 사람을 가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희정씨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동료라면 취미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반대의 경우 필사적으로 피한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떠오를 것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이란 어떤 종류의 물음일까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집안 이야기와 부모님 직업, 집 보증금, 연애사 등 '업무 이외의 주제' 대부분은 '개인적'인 것으로 불 수 있지요.
지혜씨는 "오히려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은 회사 동료에게는 집안 사정까지 공유하고 말 못할 고민까지 털어놓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개인적인 얘기'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희정씨는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에 대한 질문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하루에 다른 2명의 상사한테 "왜 그런 프로필을 설정했냐"는 질문을 받아보았는데요. 그런데 느낌이 너무나 달라 스스로도 놀랐다고 합니다.
희정씨는 "한 분은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해하는 것 같아 아무렇지 않았지만 다른 한 분은 개인적인 취향을 지적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며 대화상대와의 '관계성'을 강조했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신뢰하는 상사라면 부모님의 직업을 물어봐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소 접점 없는 상사가 부모 직업을 물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세대마다 생각 차이 어쩔 수 없지만…"
물론 상대와 관계없이 질문 자체가 무례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변화된 사회 인식과 문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도태된 '꼰대스러운 질문'이지요.
2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진로를 바꿔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 30대 A씨. 그에게 한 상사는 '고시에 더 도전해보지 왜 그만뒀냐' '끈기가 부족한 것 아니냐' '요즘 세대들은 철밥통도 쉽게 걷어찬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A씨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그는 "학생 수는 물론 채용 인원도 줄어 '공무원' 개념이 변하고 있는데 그 상사는 이런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저 안타깝다는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선 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B씨(30·여)는 '그렇게 말라서 애 낳는 게 힘들지 않겠냐'고 말한 50대 상사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B씨는 "이제 30대라고 하면 어딜가나 '아이 언제 낳냐' 소리 뿐이라 적응이 되려는 참이었다"면서도 "농담 또는 걱정돼 하는 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씩 할 때마다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세대별 인식의 차이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만큼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원생 C씨(29·남)는 "비싼 돈주고 대학원 다니는 것이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냐고 묻던 사장님이 있었는데 별 다른 의도가 없었더라도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며 "표정에서 그런 티가 났던 모양인데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C씨는 "세대 차이도 있겠지만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부족해 생기는 일"이라며 "서로 조금만 더 생각해도 말 한두 마디 때문에 기분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