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늘 완전..." 극단 선택 전 울먹인 어린이집 교사

2023.03.16 07:22  
[파이낸셜뉴스] 최근 충남 계룡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폭로가 유가족을 통해 나온 가운데 해당 교사가 생전 "왕따를 당했다"고 말하는 통화녹음이 공개됐다.

15일 JTBC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숨진 40대 어린이집 교사의 남편 A씨는 아내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아내가 생전 어린이집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아내 유모씨가 과거 지인들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유씨는 지인들과의 통화에서 극단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괴로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내용에서 유씨는 "오늘 완전 왕따 당했어요. 내가 하는 일은 당연한 일인 거고. 왜 너는 나를 이 일을 시켜. 그러니까 제가 미운털이 박힌 것 같고" "8시 반 출근이면 8시 25분까지 차에 있다가 가요. 들어가는 게 지옥 같아서" "내가 왜 이렇게 됐지. 나는 열심히 살았고. 그냥 난 열심히 일했고. 그냥 했는데 왜 나를 싫어하지" 등의 발언을 했다.

유씨는 중3과 중1,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남편은 "(아내가)아이들을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아내의 핸드폰에 남아있는 사진들을 보면 저희 아이들 사진들보다 어린이집 아이들 사진이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남편 주장에 따르면 유씨는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았지만,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간 경력을 쌓은 점을 인정받아 주임 교사로 채용됐다. 그러나 동료 교사들은 유씨가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주임 교사를 맡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유씨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어린이집측은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어린이집 상위기관인 충남도청 사회서비스원은 지난 14일 외부공인노무사를 선임해 공식조사를 시작했다.

충남사회서비스원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 업무 구조 개선과 관련한 직원의 면담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지난달 24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다"며 "A씨 아내와도 면담을 끝내고 3월 중으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 등이 이어질 예정이었는데 A씨 아내가 지난달 28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실체적인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유족, 어린이집 교사·원장 면담과 업무 자료 등을 토대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직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지만, 변호사와 함께 신고 시점을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충남 논산경찰서에 신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