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더 글로리'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만 기다렸어요."
배우 차주영이 드디어 올해의 화제작 '더 글로리'에 대한 비화를 털어놨다. '더 글로리'의 명장면부터 명대사, 그리고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파격 노출신의 CG설까지 솔직하게 밝혔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의 주역 차주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공개 직후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14일자 순위에서도 전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 13일에 이어 이틀 연속 정상에 올랐다.
차주영은 극 중 고등학교 제학 시절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끔찍한 학교 폭력을 행사한 5명의 가해자 중 한명은 최혜정 역을 맡았다. 최혜정은 세탁소집 딸로, 성인이 된 후 '취집'을 꿈꾸는 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된다. 가해자 집단 중 서열은 4위로, 서열 1위 박연진(임지연 분), 3위 이사라(김히어라 분)에 대한 열등감이 많고, 2위 전재준(박성훈 분)을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차주영은 '더 글로리'로 화제의 배우가 된 소감에 대해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며 "실감은 솔직히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 드라마가 큰 사회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저희 작품이 사회적으로 좋은, 선한 영향을 줬다면 건강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주영은 "(좋은 이슈가 되는 건) 원했던 바이기도 하다"며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어딜가나 이런 사건이 많다 보니까 저희 드라마를 통해서 분명히 전달됐어야만 했던, 변화를 일으켰어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차주영은 극 중 최혜정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성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는 누구나 다 의도했든 아니든 살면서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면서도 "저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긴 하다, 잘못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에 대해서는 "저는 인터뷰를 어려워해서 차분해지고 진중해지는 모습이 있지만, 사석에서 제가 편한 사람과 있을 때는 편한 모습도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괴리감이 크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최혜정을 연기한 후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데 평소엔 신중해서 말을 많이 아꼈던 저에서 조금 단순하게 표현하는 성향이 생기긴 했다"고 설명했다.
최혜정 역할 캐스팅 과정도 털어놨다. 차주영은 "검증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폭 관련 이슈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캐스팅을 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저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의'를 느꼈을 때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저의 경우 학교 폭력은 아니다"라며 "이 직업을 갖기 전에 해외 생활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시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저희 드라마는 학폭을 얘기하지만 모든 이슈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생각한다"며 "사소한 것들부터 차별에 대한 많은 이슈도 다루는데 살면서 한번쯤 겪어볼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단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 해서 '나는 모르는 일이야'가 아니라 주변만 봐도 흔히 겪어볼 수 있는 문제점을 다뤘다"고 덧붙였다.
차주영은 최혜정 역할을 위해 증량을 했다. 그는 "살을 5~6㎏까지 워낙 많이 찌워서 나왔고 지금도 예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간 건 아닌데 감량하는 중에 있다"며 "그렇게 저도 많이 쪄서 연기해본 건 처음이라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수치에 대해 묻자 "수치는 조금"이라고 민망해 하면서도 "몸무게가 왔다갔다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혜정은 극 중 가슴 수술을 한 캐릭터로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부담이 아주 안 됐던 건 아닌데 캐스팅 때부터 얘기되고 들어간 거라 다 내려놓고 시작했다"며 "예뻐보이거나 비주얼적으로 욕심 부린 지점은 단 한 지점도 없었다, 예쁜 척하면서 예쁘게 나올 수 있음에도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혜정의 노출신에서는 CG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차주영은 "오늘만 기다렸다"고 운을 뗀 후 "작가님, 감독님과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미 정해진 신이었고 분명히 필요한 신이라 생각했다"며 "설정상 가슴을 수술한 역할인데 제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궁금해 하시는 필요 부위는 CG 처리가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안 벗었다고 하기엔 제 몸이 다 나와서 말씀드리기 애매할 수 있는데 정확히 짚고 싶었다"며 "대역분과 CG가 준비 돼있었고 저도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단순히 셔츠를 젖힌 신이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한 장면"이라며 "욕조신 뒷모습은 대역이 맞고, 셔츠 신은 제 몸에 CG를 입힌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CG 처리된 장면을 본 소감에 대해서는 "이런 것들이 와전될까봐 조심스러운데 저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며 "제가 살이 쪘고, 제 기준에서 평소와 다른 몸으로 비쳐져야 하다 보니까 노출에 대한 부담이라든지 인물에 대한 부담은 없었으나 스스로 만들어져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G는 별 생각이 없다"며 "저희는 필요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작업을 필요한 신에서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노출 자체에 대한 고민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고민은 없었다"며 "혜정이 캐릭터를 완성시켜주는 신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가진 게 몸 밖에 없는 친구가 셔츠를 벗어젖히는 순간 만큼은 남부러울 게 없는 거다,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며 "그래서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고 전했다.
최혜정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도 돌이켰다. 차주영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런 중간에 있는 친구라고 생각을 했고 제가 나오는 신에서 환기가 된다면 좋겠다 했다"며 "어디에 붙을지 모르는 선을 잘 타야겠다 했다"고 전했다.
최혜정은 전재준을 좋아했지만, 전재준은 박연진만을 바라봤다. 전재준이 자신의 친딸 하예솔을 키울 수 있냐고 했을 때도 선뜻 양육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극 중 최혜정이 전재준에 대해 갖는 마음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차주영은 "반반(진짜 좋아하는 마음 반, 오기 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친구들이 혜정이를 바라봤을 때는 오기라고 생각을 하더라"며 "하지만 혜정이의 기본적인 베이스는 재준이를 좋아한 건 맞다"고 답했다. 또 그는 "재준이에 대한 사랑이 분명이 있었다 생각했다"며 "다만 욕망이 뒤틀리다 보니까 후에 그런 욕망이 들어온 건데 시작은 재준이를 좋아했다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파트1에서는 최혜정이 문동은에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탄생한 명대사가 "스튜어디서 혜정아"다. 이에 대해 차주영은 "송혜교 선배님께서 '이거 너의 신이야'라고 하시면서 배려해주셨다"며 "'주영이 먼저 감정 잡힐 때 해줄 수 있게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준비한 대로 임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신에 대해서는 "이 장면과 연진이한테 반격하는 모든 신"이라며 "통쾌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혜정은 친구 이사라(김히어라 분)로부터 목에 연필을 찔려 목소리를 잃는 비극을 맞이했다. 차주영은 "감독님과 현장에서 얘길 많이 나눴다"며 "실제로 다쳐서 목소리를 못 내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참고해보려고 했는데 케이스가 다양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그 장면에서는 제가 조금은 약간의 위트를 섞고 싶었다"며 "사실에 기반하되 더 풍부하게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전했다.
최혜정의 결말에 대해서는 "저도 참혹하다고 생각한다"며 "혜정이는 믿을 거라고는 외적인 모습 밖에 없는데, 본인이 갖고 있는 무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까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친구도 '이렇게 살바에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회복해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것 같다"며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주영은 지난 2016년 데뷔한 이후 7년만에 이같은 인생 캐릭터를 만난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그간 해왔던 캐릭터들 모두 다 소중했는데 지금 반응을 많이 해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의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고 감사하게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차주영은 그간 배우 생활에 대해 "저의 성향과 배우라는 직업과는 아주 맞지는 않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깨닫는, 아주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