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 포천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태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농장주가 시신 유기뿐 아니라 다른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일은 없었는지에 대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태국인 근로자 B씨(67)는 10여년간 돼지우리 한 귀퉁이에 있는 매우 열악한 환경의 숙소에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을 유기한 농장주 A씨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당일 A씨의 아들이 A씨에게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으나 A씨는 시신을 유기했고 이때 아들도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열악한 환경이 B씨 사망에 영향이 없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B씨는 지난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해당 농장에서 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처음 월 100만원 초반대 급여를 받았으며, 숨지기 직전에는 18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중 담배와 커피값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씨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해 이웃이나 다른 태국인 근로자와도 거의 교류하지 않고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해당 농장서 키우는 돼지는 약 1000여 마리였으며, 이 중 90여 마리의 모돈(어미 돼지)이 있는데, B씨는 돼지농장 전체의 분뇨를 처리하고, 밤낮으로 모돈을 돌보고 출산 등을 관리하는 일까지 도맡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포천시 등 유관 기관은 이 농장의 공기 질 등 환경 상태와 고용 형태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A씨의 추가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이에 대해서도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 동기나 수법 등은 상당 부분 파악된 상태이고 부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다른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폭넓게 살피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태국에 있는 B씨 가족에게도 사망 소식이 전달됐으며, 가족이 시신 수습을 위해 한국에 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7일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농장주 A씨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경찰은 A씨와 그의 아들을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