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서지혜에겐 지난 2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풍선'(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이 "매순간 도전인 작품"이었다. '빨간풍선'은 우리 모두가 시달리는 상대적 박탈감, 그 배 아픈 욕망의 목마름, 그 목마름을 달래려 몸부림치는 우리들의 아슬아슬하고 뜨끈한 이야기를 드린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우리 갑순이' '왜그래 풍상씨' '오케이 광자매'를 히트시킨 문영남 작가가 집필했다.
서지혜는 극 중 교사가 꿈이지만 매번 임용고시에 낙방해 과외 일을 하는 조은강 역을 맡았다. 겉으로는 수수하고 차분한 스타일이지만, 가슴속엔 뜨거운 무엇인가 품고 있어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굴할 정도로 모든 걸 내려놓는 인물. 그는 보석디자이너인 한바다(홍수현 분)의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 둘도 없는 친구로 보였지만, 은근한 열등감과 미묘한 감정을 느끼다 그의 남편 고차원(이상우 분)과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서지혜는 시청률이 18회 만에 10%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돌파하고 상승세를 탄 데 대해서는 만족스러워 하면서도 극 중 불륜 설정으로 인해 "등짝 스매싱을 맞는 게 아닌가 했다"고 걱정해 웃음을 안겼다. 친구와의 우정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인간으로서 숨겨야 할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표현한 것이 쉽지 않았기에 "굉장한 도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빨간풍선' 이외에도 '키스 식스 센스'와 '아다마스'까지 해내며 '열일' 행보를 보여준 그다. 매 작품 배우로서 열정을 보여준 서지혜를 만나 그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은강이 입장에서 억울한 점도 있었나.
▶저도 가끔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은강이가 저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것 같더라. 이 정도면 친구한테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섭섭한 건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떻게 이만큼 자존감이 낮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해가 어려웠다. 힘들기도 하고 공감 하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지만, 꼭 시청자들을 설득하려고 생각하진 않았어서 억울한 건 없었다. 다만 은강이는 그 욕망이 겉으로 소심하게 드러나면서 욕을 먹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한번 쯤은 이렇게 해볼까 하면서도 참고 마는데, 은강이는 야금야금 드러냈다. 속시원하지 않게 미묘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 공감하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묘한 캐릭터였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가발을 쓴 장면이다.(웃음) 은강이가 이 정도로 바다가 되고 싶어했나 싶을 정도로, 바다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조금 힘들었다. 그때가 (이해가 어려웠던 게) 제일 클라이맥스이지 않았나 한다. 저조차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 바다와 똑같은 메뉴를 시키고, 바다가 입는 옷을 입고 그런 것들이 아프기도 하면서 얼마나 그게 부러웠으면 저 지경까지 갔나 싶을 정도다.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저도 그냥 웃었다. 그냥 '즐기자!' 하면서 즐겁게 했다.
-대본을 보지 않고 출연했다고 했다.
▶대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인물 설명, 관계도만 보고 작품 선택을 했다. 그래서인지 매회 대본을 받는 재미가 있더라.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짐작이 안 됐어서 다음에는 어떤 얘기가 나올까 궁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불륜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웃음) 그런 것들이 제일 재밌기도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힘든 것도 있었다.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분석을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많지 않았다.
-당시 대본을 보지 못했음에도 출연한 이유는.
▶누구나 가진 욕망을 드러낸 캐릭터가 궁금했다. 그게 과연 어떤 캐릭터인가 궁금했다. 뻔하지 않게 느껴졌고, 그런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의 심리가 과연 어떤 것인가 궁금했다. 0에서 100까지 감정을 다 쓰는 캐릭터라고 해주셨다. 거기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욕망을 드러내는 캐릭터에 도전했는데,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도 새롭다 느낀 얼굴이 있었나.
▶은강이가 가정 환경이 불쌍하고, 뭘 하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하고 그런 그런 부분들을 복합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을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 이런 얘기, 저런 애기도 듣고 내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도 많구나 놓쳤던 부분도 알게 됐다. 하지만 만족한다기 보다는 아쉬운 부분도 많고 다시 도전한다면 좀 더 다른 표현으로 하지 않았을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땐 그게 저한테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한 감정선이 있으니까 그게 도전이라는 생각을 했다.
-문영남 작가로부터는 어떤 말을 들었나.
▶작가님께 이 아이의 목적, 방향성이 뭘까 여쭤봤다. 그걸 알아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작가님께서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은강이가 돼있을거야'라고 하셨는데 한 장면에 두 가지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게 이해가 어려웠다. 바다의 엄마에게 멸시를 받았음에도 미안하다는 전화 한통 없는 바다에 대한 감정, 그러면서도 차원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과연 이게 표현이 될까 했다. 어떻게 보면 악어의 눈물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작가님께서는 '말 그대로 두 가지 감정'이라고 알려주셨다. '이 역할이 어려울 거야'라고 하셔서 제게도 매순간이 도전이었다. 바다와 친구이지만 차원에 대한 마음을 숨겨야 하고 바다를 위해 심부름도 해야 하는 감정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표현이 될까 하면서 찍으면서도 너무 힘들었다.
-은강과 동생 은산까지, 자매가 다 불륜을 저지른다.
▶불륜에 포커싱이 돼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사람이 과연 올바른 사랑을 줄 수 있느냐, 어떤 게 사랑인지 모르고 자라오지 않았을까 싶더라.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그렇게 되지 않았나 했다.
<【N인터뷰】③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