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 안 뽑을거면..." 美 시카고 시장 발언 논란

2023.02.23 09:38  

[파이낸셜뉴스] "나를 안 뽑으려면 차라리 투표하지 말라"

로리 라이트풋 미국 시카고 시장이 흑인 유권자들에게 이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재선에 도전한 라이트풋 시장은 최근 시카고 남부의 흑인 다수 거주 지역에서 재선 캠페인을 벌이며 이같이 말해 "인종간 분열을 조장하고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한편 유권자 탄압 분위기를 조성했다"라고 질타를 받았다.

당시 라이트풋 시장은 "나를 지지하지 않는 남부 유권자들의 표는 헤이수스 추이 가르시아(연방하원의원·라틴계) 또는 폴 발라스(전 시카고 교육청장·백인)에게 갈 것"이라며 "그들이 당신의 운명을 통제하게 하려면 차라리 집에 있어라. 투표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소속인 9명의 후보 가운데 가르시아 의원은 유일한 라틴계이며 발라스 전 청장은 유일한 백인으로 현재 가르시아 의원과 발라스 전 청장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권을 형성하며 라이트풋 시장과 경쟁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라이트풋 시장은 "실제 선거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유세 열기에 취해 말실수를 한 것"이라며 "나는 언제나 '모두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 선거 경쟁자들은 라이트풋 시장의 발언을 지적하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라이트풋 시장에게 "다인종·다민족으로 구성된 시카고의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윌리 윌슨 후보는 "망상적·분열적이고 위험하며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며 라이트풋 시장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또 다른 후보인 브랜든 존슨 후보 역시 "본인에게 표를 주지 않으려면 차라리 투표하지 말라는 라이트풋 시장의 발언은 그가 지역사회와 주민보다도 자신의 권력 유지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질타했다.


앞서 라이트풋 시장은 2019년 선거를 통해 미국 대도시 최초의 동성애 흑인 여성 시장이 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민 60% 이상이 라이트풋 시장의 시정운영 능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지지율이 선두권 경쟁 후보들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라이트풋 재선 캠프는 현직 시장 지위를 이용해 시카고 공립학교 및 시립대학 학생·교직원을 상대로 9900여 통의 이메일을 발송하고 캠페인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