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추행 누명 쓴 뮤지컬 배우, 통풍구가 살렸다...사건의 전말

2023.02.16 09:33  
[파이낸셜뉴스] 성추행 누명으로 5개월간 구치소 생활을 한 뮤지컬 배우 강은일이 무죄로 풀려나게 된 극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법 영상 분석 전문가 황민구 박사는 지난 14일 방송된 tvN STORY ‘어쩌다 어른’에서 2019년 한 중년 남성이 자신에게 찾아와 "조카가 성추행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니 도와 달라”라고 한 일을 떠올렸다. 그 조카가 뮤지컬 배우 강씨였다.

사건은 2018년 3월 강씨가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벌어졌다.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 중 여성 A씨가 강씨를 성추행으로 신고했다. A씨는 당시 강씨가 음식점 여자화장실 칸에 따라 들어와 자신을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씨는 남자화장실 칸에서 나와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섰는데 A씨가 따라 들어와 뒤에서 끌어 안으며 "다 녹음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황 박사는 “자기가 기억한 것과 영상은 다를 수 있다”라며 “계속 생각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저는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영상은 진실을 말한다”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폐쇄회로 (CC)TV를 통해 진실을 밝혀냈다고 했다. 해당 음식점 화장실은 외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은 여자, 오른쪽은 남자화장실로 나뉘어 있었다. 가운데에 세면대가 있는 구조였다.

화장실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나 화장실 외부 문 하단에 있는 통풍구에 그림자가 생기는지를 통해 화장실에 누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영상에는 강은일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 뒤 A씨가 화장실에 들어갔고, 환풍구를 통해 여자 화장실 문이 닫히는 게 보였다. 한동안 문의 움직임이 없다가 문이 열린 후 안에 있던 사람은 곧바로 세면대 쪽으로 지나갔다.

황 박사는 “A씨의 진술대로 강은일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면 통풍구 사이로 그의 발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다 돌려봐도 A씨가 왼쪽으로 가서 문이 닫혔고, 이후 혼자 나오는 모습만 나온다”라며 “통풍구가 없었으면 유죄 확정이다. 통풍구가 강은일을 살렸다”라고 설명했다.

1심에서 A씨 진술을 인정해 강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던 법원은 2심에서는 황 박사의 분석과 현장검증 결과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강씨와 A씨의 동선이 A씨 진술과 어긋나고 강씨의 주장에 좀 더 부합한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강씨는 2020년 무죄가 확정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