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쇼핑몰에서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9세 소년과 25세 여성 승무원이 봉변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회사의 열악한 처우를 성토하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LA 피습 사건이 전해지자 해당 항공사 소속 승무원들은 직장인 커뮤니티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고 참았다"며 아우성을 쏟아냈다. 직원들은 계속해서 글을 공유해 근무 환경의 현실을 폭로하며 회사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 회사가 '해외 체류 규정'에 대해 재공지를 올린 것은 직원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큰 계기가 됐다. 회사가 공지를 통해 '단독 외출, 야간 외출 자제 등'을 강조하자, 승무원들은 물과 식료품 등을 사러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얘기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건 발생 후 해당 항공사 소속 승무원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사내 게시판을 통해 동료 승무원과 사무직 직원 등 전 사우에게 사건의 자세한 전말을 전했다.
A씨는 "이번 사건이 우리 회사 승무원이 맞다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맞다"며 "호텔 길 건너 버스정류장 가는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습격을 당했고, 해당 승무원은 그곳을 혼자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부상당하신 승무원의 쾌유와 같이 있던 동료들의 정신적 안정을 빈다"고 말하며 회사의 처우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A씨는 "우리 회사는 승무원들의 호텔을 안전 보다는 가성비를 우선으로 생각해 배정했다. 체류비는 항상 동일한데 물가 상승률은 높아지니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늘 더 열악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 곳은 마트에 가려고 해도 걸어서 갈 수 없으며 우버를 이용하거나 운 좋으면 하루에 두세 번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셔틀버스(순환버스)를 타고 시간 맞춰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마트는 번화가에 있다. 흔히 집 앞에 있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곳은 승무원들이 물이며 간단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꼭 가야 하는 곳"이라며 "우리 회사는 현지 호텔에서 기본적인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A씨는 해외 체류비 명목으로 승무원들이 지급받는 퍼듐에 대해서도 "퍼듐으로는 24시간 체류하는 동안 한 끼 사 먹기도 빠듯하다. 아무리 싼 음식도 20불 정도인데 배달비까지 합치면 30불은 그냥 넘어간다. 이마저도 승무원들은 아끼려고 서로 쉬는 시점도 안 맞는데 같이 주문해서 잠도 못 자고 다 같이 로비에서 기다렸다 받아 간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지 15년이 넘었다는 A씨는 "코로나로 그나마 열에 하나 정도 조식 주던 호텔도 박스밀(도시락)로 바뀌어 제대로 된 식사 한번 못하고 나가지도 못해 싸간 음식들로 버텼다. 그것도 검역에 걸릴까 봐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고 서바이벌 키트 개념으로 가지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번 일을 회사는 단지 '체류 시 주의사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지로 무마하려 하지 말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 변을 당한 승무원은 체류 규정 다 지켰는데도 그 일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끝으로 "글을 보시는 사우님들, 퍼듐 단가 및 체류 호텔 실태에 대해 더 아시는 거 있으면 댓글 많이 부탁한다. 글과 댓글을 모아 다른 회사인들이 볼 수 있는 블라인드 게시판에도 올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A씨의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으며 계속해서 다른 승무원들의 비슷한 증언이 더해지고 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피해자분의 안정과 쾌유를 빈다. 이번 기회에 꼭 처우가 개선되길 바란다", "승무원분들 정말 고생이 많다.
한편 해당 항공사 측은 "비행 후 근무 대기 중 발생한 사안이니만큼 회사에서 모든 치료비를 부담한다는 원칙"이라며 "조속한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