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칼든 남성, 상의 벗은 女 몸에 기름 붓고 불 질러"

2022.11.14 11:47  
ⓒ News1 DB


A씨의 빠른 대처로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불이 다 꺼진 상황이었다. (KBS 갈무리)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지난 11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여성의 몸에 불을 붙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3일 사건을 목격하고 소화기로 불을 꺼 여성을 구한 남성이 사건의 자세한 전말을 전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건 당일 목격자 A씨의 가족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여행길에 오른 가족은 둘째 아이가 톨게이트 도착 전 갑자기 토를 하는 바람에 잠시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다시 한번 여행 준비를 마친 A씨 가족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떠나려던 순간, 갑자기 약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돼있던 차량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는 여성의 비명이 들려왔다.

놀란 A씨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던 중, 상반신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성이 A씨 쪽으로 달려오며 "살려주세요"를 반복했다. 이어 약 30㎝ 크기의 칼을 든 남성이 달려 나왔고 곧 여성은 힘없이 남자에게 붙잡혔다.

A씨와 불과 2~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흉기로 무장한 남성이 여성을 위협했고, A씨는 다급한 마음에 "칼 버려, 칼 버려"라며 소리쳤다. A씨는 "제 키가 174㎝에 몸무게가 80㎏ 정도인데, 그 남성은 어림잡아 180㎝에 100㎏는 충분히 넘는 큰 덩치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남성과 대치하며 계속 큰소리를 쳐 주의를 분산시키려 애썼지만 남성은 계속해서 A씨와 여성을 칼로 위협했고, 그러던 중 갑자기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 여성의 머리에 기름을 쏟아부었다.

남성은 기름을 부은 후 주저 없이 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그 순간 여성의 몸과 옆으로 던진 봉지에 불이 붙으며 아비규환의 상황이 이어졌다. A씨는 "눈앞에서 사람이 불타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며 힘들었던 심정을 털어놨다.

A씨는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최대한 침착하게 지하주차장 입구에 있는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진압했다. A씨는 "그 남자가 정말 여자를 죽일 작정이었는지 제가 불을 끄는 순간에도 바닥에 누워 여자를 붙잡고 안 놔줬다"고 말했다.

불길이 잡히자 불을 질렀던 남성은 차에 타고 도주를 시도했고, A씨는 마지막 힘을 다해 112에 신고해 차량 번호를 불러줬다. A씨는 "지금도 그때의 두려움과 분노, 슬픔,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속을 채우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자신이 목격하고 도울 수 있었음에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에게 "용기가 대단하시다. 추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생길까 봐 걱정이다. 건강관리 잘하시길", "글만 봐도 충격이다. 나라면 못 구했을 듯", "산 사람에게 불붙은 모습이라니. 후유증 없이 지내시길 바란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그의 용기를 칭찬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남성은 12일 당진시 대호지면의 한 낚시터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여성은 상반신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