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행정소송 선고를 앞두고 여비서와 박 시장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 일부가 공개됐다.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초까지 유족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는 17일 SNS를 통해 "박 시장의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디지털포렌식(전자법의학수사)을 통해 복구된 문자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직원은 아무리 충실해도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고 박원순 시장은 시민단체 활동만 오래했고, 이 사건 전까지 상사에게 선을 넘는 접근을 하는 이성 부하직원을 겪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전 시장이 이러한 세상 물정에 어두워 여비서의 과도한 접근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가 공개한 문자는 다음과 같다.
여비서가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고고 굿 밤. 꺄 시장님 ㅎㅎㅎ 잘 지내세요'라고 하자 박 시장은 '그러나 저러나 빨리 시집가야지 ㅋㅋ 내가 아빠 같다'고 답했다. 이에 여비서는 'ㅎㅎㅎ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 성희롱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의 저자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정철승 변호사가 공개한 박원순 시장과 여비서의 '텔레그램 대화'는 사실이다"며 자신도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경악했겠지만, 그 대화 내용에서 가장 뜨악한 부분이 여비서의 '사랑해요'였다"며 “처음에는 박 시장이 여비서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보고 이래서 인권위가 성희롱으로 판단했구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그 말을 꺼낸 것은 여비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하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박 시장이 '내가 아빠 같다'는 말을 했고, 여비서도 '맞아요, 우리 아빠'라고 화답(한 점을 볼 때) 박 시장은 여비서의 '사랑해요'를 이 수준에서 받아들였다고 이해한다"라며 박 전 시장이 항간에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나중에 공개되면 오해받기 딱 좋은 관계(로 볼 수도 있어) 박원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라며 이 지점을 고 박 전 시장이 견디기 힘들어해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텔레그램 문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시장 유족이 낸 행정소송에 맞서 증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박 전시장 유족은 인권위가 지난해 1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자 이러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2021년 9월 7일부터 심리에 들어간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년 1개월간의 재판 일정을 마무리, 당초 18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11월 15일로 4주 연기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