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상장날 1000배 뛴 '한컴' 코인, 국감까지 가게된 이유가

2022.10.03 06:01  
아로와나토큰 백서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오는 4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국감에서 한글과컴퓨터 그룹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ARW)과 관련한 의혹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로와나토큰은 빗썸에 상장된 지난해 4월부터 실패한 가상자산 프로젝트 ‘엑스탁’과 연루됐다는 의혹, 사업 주체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 등을 숱하게 겪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한컴이 사업 전면에 나선 지난해 6월 이후에도 시세 조작 의혹, 빗썸이 ‘밀어주기식 상장’을 했다는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국감에선 이 같은 문제가 집중 다뤄질 예정이다.

◇정무위 국감에 빗썸·엑스탁 소환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는 아로와나토큰과 관련해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와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앞서 한컴은 지난해 엑스탁과 관련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엑스탁이 발행한 가상자산과 아로와나토큰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전 엑스탁 대표가 국감에 나서게 되면서 한컴도 이와 관련된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빗썸 역시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빗썸 자체만으로도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가 내세운 증인 채택 사유는 '아로와나토큰 조작 의혹'이다. 시세 조작, 상장 절차 등 아로와나토큰과 관련한 의혹이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빗썸, 아로와나토큰 논란에 왜 엮였나

이번 국감에 앞서 업계는 아로와나토큰 논란에 빗썸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려면 한컴이 아로와나토큰을 선보인 지난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컴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오래 전이지만, 가상자산 아로와나토큰을 필두로 한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지난해 초다.

지난해 4월20일 빗썸에 처음 상장된 아로와나토큰은 30분 만에 1000배 이상 오른 토큰으로 화제를 모았다. 각종 투자 커뮤니티에서도 '10만% 오른 코인'으로 알려지면서 자금은 더욱 몰렸고, 거래량도 치솟았다. 한때 빗썸에서 거래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1000배, 10만% 등의 수치는 상장가 50원을 기준으로 한 상승 폭이다. 실제 호가창을 보면 상장 직후 매수가 체결된 가격은 50원이 아닌 7000원 선이었다. 이후 5분 만에 2만 2000원이 된 아로나와토큰은 상장 당일 한때 5만원 선까지 올랐다. 상장 극초반에 매수해 최고점에서 팔았을 경우 700% 정도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일부 투자자는 평균매수가 50원으로 아로와나토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는 사전 이벤트로 지급받은 물량으로, 상장 이후 거래소에서 사들인 물량이 아니다.

다만 상장 당일 700% 수익률을 거두는 것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시제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또 상장가가 50원인 가상자산이 수천원 선에서부터 거래된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업계에서도 상장 초반에 시세를 움직이는 소위 '세력'이 가격을 형성했을 것으로 봤다.

상장가는 50원이지만 상장 이후 만원 이상에 거래될 수 있도록 초반 가격을 일부러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초반 상승세를 본 일반 투자자들이 뒤늦게 진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가격을 올리는 시세 조작 방식이다.

이 같은 가상자산 업계 시세 조작, 이른바 '마켓 메이킹'은 시장에서 암암리에 흔하게 쓰이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아로와나토큰의 사례는 마켓 메이킹 의혹이 전면에 드러난 사례이므로, 아로와나토큰 발행 주체뿐 아니라 빗썸도 해당 의혹에 대한 해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빗썸과 아로와나토큰이 연루된 의혹은 하나 더 있다. 정해진 상장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 빗썸 고위관계자의 지시에 의해 아로와나토큰이 지시 반나절만에 상장됐다는 의혹이다. 이는 빗썸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인해 지난해 말 언론에 보도됐다. 이로 인한 논란도 국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프로젝트, 엑스탁은 왜 나왔나

박진홍 엑스탁 전 대표가 국감에 등장하게 되면서 빗썸과 연관된 의혹뿐 아니라 아로와나토큰의 실체에 관한 질의도 오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빗썸에 상장된 지난해 4월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공지 후 백서(블록체인 프로젝트 투자설명서)에서 일부 개발진의 이름을 빼 논란을 겪었다.

당시 백서에서 빠진 인물들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엑스탁' 출신 인물들이다. 기존 백서에는 엑스탁 CEO인 박진홍 대표가 디렉터로 포함돼있었으며 엑스탁 기술총괄, 엑스탁 전략기획팀 출신 인물도 아로와나토큰 참여 멤버로 기재돼있었다.

엑스탁은 당시에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던 사실상 실패한 가상자산이었다. 코인빗 거래소에 상장한 바 있으나 이미 2020년에 상장 폐지되기도 했다. 이에 아로와나토큰 측이 실패한 프로젝트인 엑스탁과의 연관성을 은폐하고자 백서를 수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한컴 계열사 한컴위드 측은 "엑스탁은 백서에 기술된 바와 같이 기술 파트너로 자문만 맡고 있다"며 아로와나토큰과 실질적인 관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논란이 발생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로와나토큰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던 한컴은 지난해 6월부터 아로와나토큰 사업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아로와나토큰 발행사이자 싱가포르 법인인 아로와나테크가 자본금이 840만원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지면서다. 아로와나테크는 한컴위드가 지분 투자한 기업이기도 했다.

이에 한컴은 본래 아로와나테크가 개발한다고 했던 블록체인 기반 금 거래 플랫폼 '아로와나 디지털 골드 바우처 서비스'를 직접 선보이면서 전면전을 펼쳤다. 아로와나테크는 본래 아로와나토큰 발행 등을 목적으로 세웠던 법인이라며, 향후 아로와나토큰 관련 사업은 한컴이 맡겠다고 한 것이다. 골드 바우처 서비스 등에 토큰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논란은 현재진행형…박진홍 국감 출석 주목

그러나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선 아로와나토큰이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골드유그룹이 아로와나허브를 대상으로 제출한 채권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아로와나허브는 한컴 자회사로, 아로와나토큰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골드유그룹은 아로와나토큰이 빗썸에 상장되기 전 한컴과 토큰 5000만개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를 제때 지급받지 못해 처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골드유그룹이 빗썸에 개설한 계좌가 '사고 계좌'로 분류돼 정지됐는데, 빗썸이 한컴 측에 골드유그룹 측 계좌 정보를 사전 고지 없이 넘겼다고도 주장했다.


한컴은 이 같은 주장이 허위사실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자 골드유그룹이 빗썸까지 끌어들였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하면 아로와나토큰과 관련된 논란 대부분은 빗썸에 상장될 때쯤인 지난해 4월 경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시 기술 자문을 맡았던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가 출석함에 따라 관련 논란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