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30조원 적자' 한전, 부동산 헐값 급매.. 1700억원 손해

2022.09.29 04:25  
[파이낸셜뉴스] 올해 영업손실이 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전력이 수도권과 제주 지역의 '알짜배기' 부동산을 1700억원 이상 손해 보면서 헐값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혁신계획안에 따르면 한전은 의정부 변전소 등 부동산 자산 27개소를 매각해 약 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서울 배전스테이션(75억원), 수색변전소(81억원), 경기북부본부 사옥(130억원), 제주전력지사(34억원) 등 수도권과 제주 지역에 보유한 핵심 부동산 자산을 모두 320억원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책정된 매각예정가는 모두 해당 지역 평균 토지거래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재무 구조 개선 요구에 쫓긴 한전이 약 17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부동산 '급매'에 나선 것이다.

특히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서울배전 1·2·3 스테이션은 390㎡로 1, 2스테이션에만 각각 48억원과 54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 곳이다. 이 지역의 현재 토지거래가는 1㎡당 약 4044만원꼴로 서울배전스테이션은 토지 자체로만 약 173억33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매각 예정 금액이 75억원임을 고려하면 약 100억원의 손해를 보고 헐값에 팔게 되는 셈이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수색변전소(대지면적 7천944㎡)는 토지 가치가 1439억2700만원으로 추산된다. 한전의 매각예정가 81억원 대로 판다면 1358억원이 넘는 손해를 본다.

이 외에도 경기북부본부 사옥(대지면적 8천991㎡)은 주변 토지거래 가격대로 산정하면 최저 272억원에서 최고 407억원에 매각해야 하지만 한전은 이 사옥을 내년 하반기 중으로 130억원에 팔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적게는 142억원에서 많게는 277억원 가량 손해를 보고 매각하는 셈이다.

수도권 외에도 제주 전력지사(토지면적 1469.5㎡)의 토지 가치는 45억∼47억원(1㎡당 약 300만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한전의 입찰 공고에 따르면 매각 예정가는 33억9500만원대로 10억원 이상 평가 절하됐다.

정일영 의원은 "한전이 자산 구조조정 계획에 쫓겨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자본잠식 해결을 위해 핵심 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을 졸속매각하는 행위는 국민과 정부에 손해만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부동산 자산 매각 당시 공개경장입찰을 통해 최고가에 팔았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매각 예정가는 한전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추정해 정부에 제출한 금액"이라며 "실제로 매각할 때는 외부 감정평가기관으로부터 감정평가를 받고 이를 예정가격으로 책정해 공개경쟁입찰로 최고가 낙찰금액으로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원실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 혁신계획의 매각 대상 부동산에 대한 주소·면적 등은 한전이 정부에 제출한 자료와 일치하지 않다고 정정했다.

한전은 "서울배전 1·2·3 스테이션 면적은 명동이 아닌 다동에 위치했고 면적은 167㎡였다"며 "수색변전소의 실제 부지 면적은 2888㎡"라고 했다.

또한 "보도자료에서는 제주전력지사의 부가가치를 45억~47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올해 8월 경쟁입찰을 통해 34억원에 매각했으며 이는 2개의 감정평가기관으로부터 산출된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 가액"이라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