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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요즘 10대와 20대 초반 나이대의 어린 마약 사범에게 물어보면 호기심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점점 나이가 어려지고 있는 게 문제인데, 이런 나이 대에 마약에 손대면 평생 마약의 노예가 될 수 있고 사회가 병들죠" (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
"마약에 손을 대는 연령층이 자꾸 어려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방 교육이 지금보다 더 확산돼야 10대 20대의 어린 친구들을 마약으로부터 지킬 수 있습니다"(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통상 10만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이하여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수는 1만6153명으로 10만명당 31.3명을 기록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마약사범 중 10대와 20대의 증가 폭이 특히 가파르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예방과 재활 시스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4년간 4배 늘어난 10대 마약사범…20대도 2.4배 늘어나
16일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를 통해 확보한 '마약사범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마약사범은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2018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늘어났다. 문제는 10대와 20대의 마약사범 수의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40대와 50대의 마약 사범이 같은 기간 줄어든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10대 마약사범은 지난 2017년 119명에서 작년 450명으로 4년만에 3.8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20대는 2112명에서 5077명으로 2.4배 늘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의 증가세는 모든 마약사범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지난달 말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검거한 마약 구매자 166명중 151명도 20~30대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과 가상자산을 이용해 마약을 구매했다. 경찰은 인터넷으로 거래가 이뤄진 만큼 이에 익숙한 청년층이 마약을 쉽게 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영희 의원은 "젊은 마약사범이 급증하며 향정신성 의약품이 마약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이유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구매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접근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10대들의 경우 마른 몸을 동경하며 일명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불법으로 처방받아 유통·투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사범은 총 744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했다. 경찰은 최근 마약류 범죄 경향을 분석해 △클럽·유흥업소 일대 마약류 유통·투약행위 △인터넷(다크웹)·가상자산 이용 유통행위 △제조·밀수·유통 등 공급행위 △국내 체류 외국인의 유통행위를 중점 단속대상으로 선정하고 집중 수사에 나서고 있다.
◇"왜 이렇게 마약 뉴스가 많아"…강남 한복판서 버젓이 마약
마약사범이 이처럼 늘어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마약사범을 목격했다거나 마약광고를 보게 되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에도 마약사범 사례가 거의 매일 보도되고 있다. 최근 한 40대 남성이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안에서 손님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대낮 카페에서 빨대를 이용해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음지에서 이뤄지던 마약 투약이 버젓이 도심 한복판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또 한 대학병원에선 30대 여성이 마약 추정물질이 담긴 4개의 봉지와 흡입기를 가지고 있다 적발됐다. 경찰은 이 여성을 임의 동행해 조사를 진행했다.
마약투약 후 자살소동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최근 20대 남성이 갑자기 자택 창문을 열고 살려달라고 외쳐 경찰이 출동했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 추정 마약물질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성의 집에서는 케타민 추정 물질과 간이저울 등이 발견됐다.
최근 한 달 동안 보도된 마약사건 범죄 중 주요 사건들이다. 앞선 7월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주접에서 손님 4명과 술을 마신 30대 여종업원이 사망하고, 동석했던 손님 중 1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사망한 손님의 차 안에서는 무려 2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발견됐다.
누리꾼들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수리남'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연령·성별·직업군 등을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마약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활자 위한 시스템 현재보다 더 강화돼야…10대는 예방 교육도 중요
전문가들은 이처럼 급격하게 증가하는 1020세대 마약사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방 교육과 더불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재활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시스템(체계)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은 "과거에는 마약사범들이 마약을 구할 때 유흥업소나 조직폭력배와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마약사범들의 직업군도 다양하고 나이대와 성별 구분도 없고 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특히 약을 구하기가 쉬워졌는데 젊은층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홍보가 더 강화돼야 하지만 모방범죄의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젊은 친구들의 경우 단순하게 호기심으로 마약을 접하게 되고, 이후에 자꾸 마약 생각이 난다고 하는데 재활이라든지 이들을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이 부족한거 같다"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의 선진국을 보면 치료프로그램 모임 같은 것이 활성화돼 있는데 혼자 방치돼 있으니 속으로 '끊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마약에 손을 대는 상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도 "현재 10대들의 마약사범 수가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예방 교육을 하려고 해도 예산이 부족해 잘 안되고 있다"며 "마약이라는 것이 한 번 접근하게 되면 정상인으로 돌아오는게 매우 힘들기 때문에 예방 교육이 지금보다 더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작년 한국의 마약사범이 1만6000명대라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30배 이상인 50만명대의 마약사범들이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가족 중 한 사람이 마약에 중독되면 그 피해는 전체 가족이 입는 만큼 예방에 방점을 찍으면서 재활을 위한 시스템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한 번 마약사범이라고 낙인찍히면 취업기회도 박탈당하고 사회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데 그 사람들이 재활에 성공해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마약류 범죄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하반기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기간'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기존 8~10월로 예정됐던 3개월의 단속기간을 2개월 더 늘린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7일 "마약사범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 병리현상으로 총력 대응해 뿌리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