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한우세트' 모르고 다 먹었다는 황당한 옆집

2022.09.09 09:11  
ⓒ News1 DB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1. 직장인 김모씨(29)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그는 퇴근 전 추석 명절용 소고기가 배송예정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집 문 앞 어디에도 택배는 없었다. 알고보니 복도에 택배박스들이 쌓이고 부딪히면서, 옆집 문 앞으로 택배박스가 이동하게 된 것이었다. 이튿날 그는 택배를 찾으러 이웃집을 방문했지만 자신에게 온 택배라고 착각한 이웃은 이미 소고기를 다 먹어버린 후 였다.

#2. 1002호에 사는 장모씨(40)도 추석 선물로 곤란한 일을 겪었다. 장씨는 1층 경비실 옆 택배보관함에 놓인 택배박스를 자신에게 온 택배로 착각해 들고갔다. 며칠 뒤 박스를 정리하다 배송주소가 1002호가 아닌 102호인 것을 발견했다. 장씨는 102호를 찾아가 사과하고 과일값을 변제했다.

추석 명절을 맞아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이처럼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9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택배 관련 피해구제 신청 가운데 9~10월 비중이 17.9%(126건)를 차지했다. 이 기간 소비자상담 역시 18.9%(3658건)으로 집계됐다. 5건 중 1건은 추석 명절 기간 전후로 일어나는 셈이다.

원래 받아야 할 수령자들뿐 아니라 택배를 잘못 수령한 사람들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오배송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웃집에 돌려주지 않고 택배를 뜯어보거나, 내용물을 처리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웃집으로 배송된 추석선물이 남의 것인지 알고서도 수령 후 돌려주지 않는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만약 이웃집 주민이 남의 것인지 알고서도 추석선물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수사기관에 피해신고를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절도죄는 다른 사람 소유의 재물을 절취한 경우에 해당하고, 점유이탈물횡령죄는 다른 사람이 잃어버리거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때 성립한다. 김씨의 경우에는 택배가 점유지를 이탈했고, 이를 김씨 이웃이 가져간 것이기 때문에 '절도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된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성립해야 한다. 김씨의 이웃이 택배가 잘못 배송된 것인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따라 고의에 대한 결론이 달라진다.

통상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지만 택배의 경우는 수령인과 수취인이 기재되어 있다. 또 아파트 복도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택배 박스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입증이 가능하다. 불법영득의사란 김씨의 이웃이 김씨의 소고기를 돌려주지 않고, 먹어버린 것을 뜻한다.

물론 내용물을 확인한 후 바로 물건을 반환하거나 반환할 의사를 보인 경우는 예외에 해당한다. 양 변호사는 "잘못 배송된 택배인지 모르고 열어보거나 내용물을 처분했다면 절도나 손괴의 고의가 없어 형사처벌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손해가 발생했다면 당사자에게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오배송된 택배박스를 단순히 열어만 봤어도 형사처벌 대상일까. 이 경우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비밀침해죄는 테이프로 밀봉되거나 기타 비밀장치를 한 편지, 소포 등을 개봉했을 때 성립한다. 다만 비밀침해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처벌받을 수 있다.

김씨는 택배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택배회사가 이웃집에 추석선물을 배송해 손해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는 김씨와 합의된 장소에 소고기를 배송해야 할 의무가 있고, 따로 약정해둔 사실이 없다면 택배 배송 사실을 김씨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 10026호 '택배표준약관'에 따르면 택배사는 운송장에 기재된 소고기 가액의 기준으로 최대 50만원 한도 내에서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만 이 경우 김씨는 택배 수령일 14일 내에 피해 사실을 택배회사에 알려야 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