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심야 택시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요금 인상과 함께 운수 종사자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택시업계에서는 서울시가 내년 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원가를 보전하는 수준"이라며 요금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5일 관악구 서울시교통문화교육원에서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정책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택시 부족 현상과 택시 요금 조정안에 대해 택시업계 종사자, 시민, 전문가 등의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시가 내놓은 인상안에 따르면 택시 기본요금은 내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들고, 거리요금 기준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축소된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된다.
심야 할증시간은 자정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였으나 연말부터 밤 10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어난다. 20%로 일률 적용하던 심야 할증률도 20~40%로 뛴다. 밤 10시~11시, 익일 새벽 2시~4시까지 20%의 할증률을 적용하고, 밤 11시부터 익일 새벽 2시 사이에는 40%를 적용하는 식이다. 시계외 할증은 기존대로 20%를 유지된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대란 현상에 대해 "파행적인 운송 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수입금 급감 등으로 운수종사자의 처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운수종사자가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185만원에 연장과 야간수당을 합하면 월 200만원이 넘어야 하는데 최근 입수한 어느 법인택시 종사자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실제 지급총액이 147만원 정도"라며 "많은 사업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추론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0~2021년 운수종사자 유출 규모를 감안할 때 보유비와 가동비 등 택시운송원가가 대당 30%, 인당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금인상 수준이 운송원가의 50~60%를 차지하는 인건비의 증가 추세에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금 전액관리제와 월급제의 정착을 위해 전반적 수준에서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에서는 요금 인상 폭이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임봉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2016년 대비 법인 기사들이 43% 줄었다"며 "택배, 배달업종으로 간 택시 기사분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운송원가를 반영한 요금인상이 필요하다. 기본요금은 6000원~7000원까지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송 전무는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대중교통화시키는 이런 요금 정책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렇게 돈 1000원 올리는 데 힘들게 올려서야 되겠나, 물가연동제나 상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형 택시 도입 방안도 제시됐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요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공급이 안 될 가능성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요금 인상폭을 보면 심야에 소득이 4만7000원 정도 늘어난다고 하는데 65세 이상 기사 분들이 4만7000원 더 벌자고 개인시간을 포기할 것인가. 그런 점을 감안할 때 택시요금 인상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본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택시업계 서비스와는 관계없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택시업계 서비스가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도 이제 공공형 택시를 도입할 때가 됐다. 정부가 통제하는 택시와 민간 택시를 나눠 운영토록 하는 것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주는 택시에 요금을 더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가면 3년 뒤에 똑같이 공청회를 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택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엄명숙 서울소비자모임 대표는 "물가와 최저임금을 보장한 선에서 요금은 당연히 올라야 하지만 요금체계 개선으로 심야 승차난 해소가 충분히 될 것인가, 이런 점에서는 요금체계가 하나의 요인이지 전체는 아니라고 본다"며 "기본요금도 올리고, 거리도 줄이고 그렇게 되면 2월 이후 요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참석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파행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요금안에 대해 서울시의회 의견 청취와 10월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