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이준석 전 대표의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집권 여당임에도 불구, 매일 벌집을 쑤신 듯 갈등과 혼란을 지속하고 있다. 급기야 당의 한축이었던 청년 정치인들까지 점차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 혼란의 끝이 어딜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 중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이 전 대표로 꼽힌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후 공개 발언은 자제하고 전국을 도는 '로우키(low key) 전략'을 유지하는 듯했던 이 전 대표는 비대위 출범으로 당대표직에서 해임되면서 언론 인터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을 향한 비난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그는 전날(19일)에도 MBN '뉴스7'에 출연해 "당내 가장 큰 분란을 초래했던 언사라고 한다면 당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라 지칭했던 행위 아니겠나. 그 문자가 없었으면 이 꼴 났겠나"고 해당 문제의 주체인 윤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윤핵관들이 결국에는 당정을 흐뜨리고 있다"며 본인이 직접 차기 전당대회 후보로 나선다면 '윤핵관의 명예로운 은퇴를 돕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저에 대해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13일 기자회견),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 "모델하우스 가보니까 금 수도꼭지가 달려있고, 납품된 것을 보니까 녹슨 수도꼭지가 달려있다"(18일 KBS 라디오)며 잇따라 윤 대통령과 당을 직격한 바 있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맞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면서 검사 선배인 유상범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소인의 정치는 겨우 실패한다. 아무리 좋은 말을 내세워도 속마음은 정적을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이 전 대표를 저격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성중 의원도 1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의원들이 굉장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면서 "당대표를 했던 사람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자기 탓은 하지 않고 전부 남 탓이고, 윤핵관 탓이고, 대통령 탓이라고 한다"고 맹공을 가했다.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보여온 '비핵관' 조해진 의원도 이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잘 되라고 직언, 고언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냥 대통령과 1대1 대립 구도를 만들어서 자기 정치적 위상을 키우겠다는 것밖에 안 보인다"며 "일종의 '너 죽고 나 죽자'는 식 비슷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참 구질구질하게 정치들 한다"며 "안 그래도 폭염에 폭우에 짜증난 국민들을 더 화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쪽은 오래된 성추문으로 공격하고 한쪽은 되지도 않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면서 "구질구질하게 살지들 마라. 세상은 그리 길지 않다"고 이 전 대표와 윤핵관 모두를 질타했다.
반면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여당 내 야당, 또는 당내 소장파의 목소리는 늘 필요하고 항상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전 대표의 목소리도 무조건 정쟁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허은아 의원), "사실 윤리위 징계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생존투쟁을 하고 있다"(하태경 의원)고 그를 옹호했다.
하 의원은 특히 "정치는 꼴 보기 싫은 사람하고도 타협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통 큰 결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내 청년들도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며 쪼개졌다. 18일 이 전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였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전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전 대표와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을 지낸 장 이사장은 친윤계로 분류된다.
장 이사장은 "이 전 대표 편에 서는 청년들은 사회생활 경험 없이 정치권을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을 비하하는 말인 '여의도 2시 청년' 그 자체"라며 "정치 말고는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세금 한 푼 내본 적 없는 일군의 청년 정치인들"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이 전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물론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진행한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국대'(나는 국대다) 출신들도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나국대 출신인 임승호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이용 의원을 통해 국회 소통관에서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장 이사장을 향해 "'여의도 10시 청년'은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오전 10시에 소통관을 어슬렁거리는 분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했다.
한편 당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리위는 전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의 위신 훼손, 타인의 모욕 및 명예훼손,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당원을 엄정 심의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푸하하하"라고 이를 일축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다음주에는 나올 전망으로, 결과에 따라 당과 이 전 대표의 다음 행로가 정해질 예정이다.
당내 갈등이 이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연일 파란만장한 나날을 지속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내주에는 '내홍 종결'을 위한 해법찾기에 좀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주에 국민의힘은 당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 발표 가능성이 있고 당 연찬회도 예정돼 있다. 혁신위의 경우, 이 전 대표가 당대표 때 띄운 기구로 전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최재형 혁신위원장과 만남을 갖고 혁신위 활동에 힘을 보탤 것을 거듭 약속했다.
오는 25~26일에는 충남 천안에 있는 연수원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장·차관 등이 참석하는 연찬회가 열린다.
다만 당 갈등의 주된 원인이 현재 외부에 있는 이 전 대표와의 대립인 만큼 결국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 윤핵관 간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당은 계속 '갈등 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