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3년 전 부산의 산부인과 간호사가 생후 5일 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이른바 '아영이 사건'의 간호사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351호 법정에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A씨와 함께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간호조무사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병원장 C씨에게는 벌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아영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년 9개월만에 선고된 것이다.
A씨는 2019년 10월5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기저귀로 때리는 등 총 21차례에 걸쳐 신생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같은해 10월20일 야간 근무 시간에 생후 5일 된 아영이의 다리를 거꾸로 들고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을 입혀 뇌출혈까지 일으켰다.
아영이는 낙상 직후 호흡이 불안정해 양산부산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당시 아영이는 저산소성 허혈뇌변증 및 폐쇄성 두개원개의 골절 등 진단을 받았다.
아영이의 머리둘레는 34cm였는데, 좌측 머리 부분이 8.5cm나 크게 벌어지는 등 골절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아영이를 치료했던 의사에 따르면 아영이의 가슴에는 멍이 들어있었고 머리에 두혈종(신생아 머리에 생긴 혈종) 증세를 보였다. 이 의사는 "아영이가 입은 골절상 정도는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던졌을 때 등의 아동학대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현재까지 아영이는 의식 불명에 빠진 상태다.
그동안 A씨는 재판에서 자신의 학대 행위를 부인했다. 아영이가 입은 두혈종 등 증상이 제왕절개 과정에서 발생한 가능성을 거론했고, 자신과 근무를 교대한 다른 간호조무사로 인해 골절상 등이 나타났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병원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한 혐의를 받는 C씨는 병원 수간호사를 통해 관리·감독 교육에 소홀함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간호조무사 B씨에게는 징역 6개월, 병원장 C씨에게는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 및 전문가 소견 등을 통해 아영이가 입은 상해가 A씨의 학대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C씨가 병동에 대한 관리·감독을 수시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간호사로서 신생아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신생아를 한손에 든 채 바닥에 떨어뜨리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했다"며 "신생아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고통을 겪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아이는 기대수명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로 전보다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피고인은 피해 아이의 가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본인이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올해로 3살 된 아영이는 아직 의식 불명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고 있다.
아영이의 가족에 따르면 사고 초반에는 자가 호흡이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영이의 아버지 D씨는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조금 낮아져 마음이 불편하다"며 "사고 이후 아직도 가해자들의 사과는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최근 의료진으로부터 MRI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개선보다는 생명을 연명하는 방향으로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