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기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보고서다.
보고서에는 살해와 납치 강간, 고문실 운영에 이르는 잔학행위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점령지 성인남성을 징병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싸우게 하거나 '인간방패'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분쟁기간 반복적으로 기록된 폭력 행위 패턴을 시사하는 믿을 만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인도법(IHL)과 제네바 협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13일 발표된 첫 보고서에 이어 나온 이번 두 번째 보고서는 올해 2월24일 발발한 이번 전쟁 중 4월1일부터 6월25일까지의 기간을 다뤘다. 러시아군이 '군사작전 2단계 목표'를 시사, 키이우 등에서 퇴각하고 동부에 화력을 집중하기 시작한 시기다.
OSCE 전문가단은 키이우와 인근 부차, 이르핀 등을 직접 방문하고 우크라이나 당국과도 면담하며 증거를 수집해왔다. 전문가단은 특히 부차와 이르핀을 "제네바 협약에 따른 국제인도법 및 추가의정서 위반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부차와 이르핀은 지난 4월 러시아군 퇴각 직후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사살된 민간인 시신 등 참혹한 전쟁범죄 흔적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돼 국제사회에 알려진 대표적인 지역이다.
◇부차의 '여름캠프' 고문실…총살 처형방도 발견
보고서에는 부차의 한 여름캠프에서 발견된 '콘크리트 벽으로 분리된 일련의 고문실'이 기록됐다. 이 중엔 벽에 총알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아 고문 후 처형용으로 사용한 듯한 방도 있었다.
실제로 5구의 시신이 발견된 방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몸에선 화상과 타박상, 자상 등이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고문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부차의 또 다른 마을에서는 어느 지하실에서 18구의 남성과 여성, 아동 시신이 발견됐다고 한다. 귀가 잘리거나 이가 뽑힌 시신도 있었다.
여성과 미성년 소녀에게 가해진 러시아군의 악명 높은 강간과 성적학대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부차의 어느 지하실에선 14~24세 여성과 소녀 25명이 감금돼 성폭행을 당했는데, 이 중 9명이 임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인을 징병해 인간 방패로 활용한 증거도 나왔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민간인 300여 명을 인간방패로 사용, 주요 군사기지인 야히드네 학교 지하에 25일간 감금했다"고 지적했다.
또 "북동부 하리키우와 수미, 남부 헤르손 등 당시 점령지와 돈바스에서 18~65세 우크라이나인 남성을 징병했다"고 기록했다.
강제 이주 흔적도 다수 발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민간인 130만 명이 의사에 반해 러시아로 이주했으며, 이 중 수만 명은 돈바스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송 전 일명 '정화소'라 불리는 곳에 감금된 증거도 나왔다.
각종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 있던 약 2000명의 아동도 러시아로 강제 이주됐는데, 이 중엔 "생존해 있는 친척이 있고 의료목적으로만 시설에 머물고 있던 아이들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美 "반드시 책임 물을 것"
마이클 카펜터 주OSCE 미국 대사는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저지른 비양심적 잔혹행위와 인권유린, 학대행위를 끌어 올리고 문서화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해 성명을 내고 "두 보고서는 러시아의 인권유린과 국제인도법 위반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증거를 담고 있다"면서 "미국과 우리의 파트너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국제법 위반 책임을 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OSCE 대표단은 57개 회원국 중 45개국 참여로 올해 3월 발족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범죄를 조사해 국제재판소 등에 정보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OSCE 본부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와 중립국 스위스, 체코 출신 국제법 교수 3명으로 구성됐다.
OSCE 회원국이기도 한 러시아는 대표단 구성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배척됐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날 기준 142일째 이어지고 있다. 동부 돈바스의 75%와 남부 헤르손을 러시아가 점령 중이며, 하르키우 등 인근 도시에서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