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뮤지션 유희열의 표절 의혹에 대해 밴드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표절이) 병(病)이라면 치료되기 전에 방관한 것"이라고 말했고,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MBC '백분토론'은 최근 온라인에서 불거진 유희열의 표절 논란과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태원은 "유희열씨(경우)는 아이러니한 게 작가로서 표절을 한다면 멜로디를 한 두 개 바꾸는데, 그게 표절을 하려는 의도 흑심이 있는 거다"라면서 "제가 들어본 여덟마디는 그냥 멜로디가 흐트러짐이 없고 똑같아서 그 점이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유희열이 지난해 발표한 '유희열의 생활음악' 두 번째 트랙 '아주 사적인 밤'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태원은 문제가 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이외에 유희열의 과거의 곡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그 분(유희열)이 스타덤에 오래 계셨는데 (그런) 작가에게 곡 문의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라며 "그런 걸 쉬지 않고 겪은 사람이기 때문에 유혹에 빠질 확률이 많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곡부터 오르내리는데 그게(표절이) 병이라면 치료되기 전에 방관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이야기 된 적이 별로 없고 다 그냥 넘어갔다, 유희열씨가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태원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 그건 작가로서 사실 핑계도 안 된다"라면서도 "그런데 그런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별 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임진모는 "(그동안) 유희열 작곡가를 두고 누구와 흡사하다는 이야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김태원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때 바로바로 지적이 됐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희열씨는 작곡 전공을 한 사람이고,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사건이 터졌다는 건 제가 볼 때 객관적으로 양심이다 의도다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 수준인데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알 사람인데,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라며 "분명히 너무나 잘 알텐데"라고 말했다.
임진모는 동종업계 음악인으로서 서로 '표절'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다라면서,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으나 표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말은 '비슷하지만 베낀 건 아닌 것처럼 보인다'라는 얘기이고, 그걸로 표절과 관련된 논란은 끝난 거다, 하지만 제가 볼 때 사후처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또 유희열이 '긴 시간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니까 무의식중에 유사한 진행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임진모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면서도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무의식이 변명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임진모는 "이제까지 높은 평가를 받은 뮤지션이 실제로는 이랬다는 실망감이 더 큰 것 같은데 이번 사건이 잘 터졌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특급 작곡가가 한 곡도 아니고 그 뒤로 세 곡이 연달아 (의혹이) 터졌다"라며 "제가 볼 때 첫째 한 아티스트이 신뢰가 무너진 건 사실이고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거라고 보고 K팝 이미지에도 손상이 가는 부분이라고 본다"라며 "제가 볼 때 조금은 반박이나 변명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고,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재출발의 상황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희열은 지난달 14일 표절의혹과 관련해 "검토 결과 곡의 메인 테마(주제)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게 됐다"며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고 발표 당시 저의 순수 창작물로 생각했지만 두 곡의 유사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지난 20일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아쿠아'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그리고 나의 악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알 수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이에 유희열은 "오랜 시간 제게 애정과 믿음을 갖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하며 "최근 불거진 논란을 보면서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간다. 창작 과정에서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면밀히 살피겠다"라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