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폐기상품인줄 알고..." 5900원짜리 족발 먹고 고발당한 알바, 판결이...

2022.06.16 15:13  
[파이낸셜뉴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5900원짜리 족발을 폐기상품으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편의점 주인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강영재 판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40대 여성 A씨에게 지난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강 판사는 "먹거리를 돈을 안 내고 허위로 폐기처리까지 하면서 취식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성행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주말에 오후·저녁 근무조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일하던 A씨는 편의점주로부터 판매시간이 남은 상품을 고의로 폐기등록하고 취식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족발세트는 밤 11시 30분이 지나야 폐기대상인데 A씨가 그 전에 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당시 해당 편의점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 대상이 된 즉석식품을 아르바이트 점원이 취식할 수 있다는 내용이 A씨 등 아르바이트 점원에게 전달 혹은 교육됐다. 점원들은 도시락의 경우 저녁 7시30분, 냉장식품의 경우 밤 11시30분 등으로 적힌 표에 맞춰 냉장 매대 등에 진열된 즉석식품을 폐기해야 했다.

이 가운데 A씨는 근무 6일차였던 지난 2020년 7월 5일 밤 11시30분에 폐기되어야 할 5900원짜리 즉석식품 '반반족발세트'를 같은날 저녁 7시 40분쯤 꺼내먹었다는 이유로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됐다.

점주가 제출한 CCTV 영상에는 A씨가 '반반족발세트'를 저녁 7시 40분경 계산대로 가져가 폐기 대상으로 등록한 뒤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도 A씨는 도시락 폐기시간인 오후 7시 30분 이전에 취식하진 않았다. 폐기시간대가 지난 지 10여분 뒤에 냉장매대에서 꺼내와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폐기한 뒤 취식한 것이다.

정식재판에 앞서 법원은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A씨에게 2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근무할 당시 폐기 대상 제품은 먹어도 된다고 교육받은 바 있고 족발세트가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난 폐기 대상 제품이라고 생각해 먹었을 뿐"이라며 "이를 횡령한다는 고의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A씨가 폐기 대상상품으로 알고 취식한 '반반족발세트'는 고기·마늘·쌈장·채소 등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 있었다. 포장 상태가 일반적인 '편의점 도시락'과 유사한 모양이었다.

강 판사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사진을 보고 "꼭 쌀밥이 있어야만 도시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가 '반반족발세트'의 품목을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폐기시간대를 저녁 7시30분으로 봤을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족발세트를 횡령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려면, 멀쩡히 판매될 수 있는 물품이란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먹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여기에 더해 점주 측이 도시락 및 냉장식품의 의미와 종류를 상세히 미리 교육한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5일간 최소 15만원 이상의 돈을 들여 상품을 구입한 기록이 있었던 점도 판결의 근거가 됐다.

강 판사는 구매기록에 대해서도 "근무일수가 5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며 "전과가 없는 피고인이 5900원짜리 족발세트를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인데 그 정도 먹거리를 돈을 안 내고 허위로 폐기처리까지 하면서 취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무죄를 선고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