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은이도 현철해 동지를 하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습니다. 현 동지가 전심전력 다해 몸을 보중하셔서 앞으로도 계속 곁에서 귀중한 고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김정은이 곁에 있어 주십시오"(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이 주고 받은 편지의 일부다.
지난달 사망한 현철해 국방성 총고문의 생애를 조명한 기록영화가 조선중앙TV를 통해 12일 공개됐다. 해당 영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현철해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서럽게 우는 모습 등 두 사람의 관계가 각별한 사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 다수 포함됐다.
현철해는 북한 항일 빨치산 2세로 6·25 전쟁 당시 김일성 호위부대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김정일 집권기에는 북한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등 요직을 맡았다. 김정은에 대한 후계 구도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군사 과외교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의 스승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방송한 기록영화 '태양의 가장 가까이에서'는 현철해의 이같은 일생이 담겼다. 약 1시간15분 분량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곁에서 충실하게 일한 현철해의 생전 모습이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반세기가 넘는 60년이란 기나긴 세월 오직 한 마음 당과 수령을 따라 변함없이 혁명의 한길만을 꿋꿋이 걸어온 전사"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록영화에는 김정은과 현철해의 각별한 관계가 부각됐다. 김정은이 현철해의 사진을 바라보며 서럽게 우는 장면이 나왔는데, 조선중앙TV는 이를 두고 "가장 사랑하는 혁명 전우이자 친근한 동지를 잃으신 우리 원수님의 심중이 남편을 잃은, 아버지를 잃은 혈육들의 마음보다 쓰리고 아팠다"고 전했다.
현철해가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 안에는 "제발 때식(끼니)과 휴식을 제때에 해 주십시오. 최고사령관 동지께서 부디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기를 이 전사 간절히 바라고 바라옵니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에 김정은은 "이 정은이도 현철해 동지를 하루 한순간도 잊은 적 없습니다. 현 동지가 전심전력 다해 몸을 보중하셔서 앞으로도 계속 곁에서 귀중한 고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김정은이 곁에 있어 주십시오"라고 답장했다. 조선중앙TV는 이를 두고 "진정 수령과 전사 사이에 흐르는 가장 고결한 믿음의 세계, 열화와 같은 인정의 세계를 전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김정은이 현철해가 입원한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그 가족들과 함께 임종을 지키는 모습도 나왔다. 지난달 22일 발인식에서 김정은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직접 현철해의 관을 옮기는 장면과 유해에 흙을 얹는 모습 역시 영상에 포함됐다. 김정은의 각별하고 극진한 예우를 부각시킨 부분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앞서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빈소를 찾아 애도한 것 외에 다른 장례 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1년 12월 부친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운구차를 따라 걷기만 했을 뿐 직접 관을 옮기진 않은 점을 미뤄봤을 때 김정은과 현철해의 관계가 각별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이 이번 영화처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이외의 인물을 따로 조명하는 기록영화를 별도로 제작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이번 기록영화를 통해 원로에게 각별한 예우를 갖추는 모습으로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김 위원장의 인간미를 부각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