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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람 없으므로 무죄"라던 악마의 치명적 실수

2022.05.21 09:01  
블랙:악마를 보았다© 뉴스1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이하 블랙)’가 어린 두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 후 사체 훼손, 유기까지 해놓고도 무죄를 주장하는 사형수 정성현의 오류를 명명백백히 따졌다.

지난 20일 방송된 '블랙'에서는 2007년 크리스마스 '안양 초등생 유인 살해사건'을 저지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정성현의 심리를 파헤쳤다.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정성현은 '블랙'에 9통의 편지를 보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사건 당시 정성현은 우리 집 강아지가 아프다"는 핑계로 8세, 10세 아이들을 집으로 유인한 후 강제 추행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아이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야산과 강에 유기했다.

최귀화는 "보는 내내 괴롭다"며 정성현의 악행에 경악했다. 하지만 정성현은 "아이들을 유인하고 살해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살인을 증명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음주와 본드 흡입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미 죽은 아이들의 시신이 옆에 있었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게스트 고우리는 "기억이 안 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죽이지 않았다는 건 확신하는지 너무 이상하다"라며 정성현의 논리에 분노했다.

또한 정성현은 자신이 아이들을 유인한 사실이 CCTV에 찍히지 않았으며, 경찰이 국과수 부검 결과를 조작해 자신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웠고,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정성현이 말하는 CCTV는 정성현이 실제 아이들이 유인한 장소와는 다른 위치로 사건과는 연관이 없었으며, 수사기관에서는 당시 자백 증언을 받으며 모두 녹화 기록해놓았다.

게다가 정성현의 범행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스토리텔러 장진은 "과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라며 정성현의 숨겨진 범행을 공개했다.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이 있기 4년 전, 정성현은 성매매 목적으로 만난 여성을 '화대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때려서 숨지게 했다. 그리고 여성의 시신을 집에서 훼손해 근처 야산에 유기했지만, 범행이 입증되지 않아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안양 초등생 사건'으로 검거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결국 과거의 범행이 드러나게 되었지만, 살해의 고의성을 입증한 증거가 불충분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및 사체 은닉 혐의로 판결을 받게 되었다. 고우리는 "이 경험으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이미 난 결론도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정성현의 무죄 주장 이유를 추측했다.

유가족과 시민, 경찰이 실종 아동들을 애타게 찾아다니는 동안 바로 곁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던 정성현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충남에 있는 어머니의 집으로 몸을 숨겼지만 결국 체포됐다. 검거 후에도 정성현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횡설수설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이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가) 권일용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들의 공통점이다"라며 "자신의 범행이 파렴치한 범죄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에 부인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증거 앞에 범행 사실을 자백한 정성현은 형이 확정된 이후 "모두 허위 진술”이라며 말을 바꿨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권 교수는 "상대할 가치가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임에도 조목조목 반박한 이유는 끝까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는 몰염치함에 함께 분노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장진도 "정성현의 사형 선고가 번복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며 "정성현이 조금의 헛된 희망도 갖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범죄자의 비뚤어진 내면을 추적하는 범죄다큐스릴러 '블랙: 악마를 보았다'는 매주 금요일 밤 11시 채널A에서 방송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