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42년 전 민주화를 외쳤던 '오월 영령'들은 더 힘들었겠죠."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오전 9시 광주 북구 각화중학교 운동장에는 교복 대신 체육복 차림의 학생들이 순차 등교했다.
학생들은 42돌을 맞은 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기 위해 저마다 '5·18 잊지않겠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광주인이다', '보아라 오월의 진실을' 등의 글귀를 등에 부착했다.
이윽고 학교 운동장에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까지 약 7㎞ 구간을 걷는 '각화중 오월길 대행진' 행사가 시작됐고, 학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18도의 서늘한 날씨에도 행진하는 학생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앳된 얼굴에는 그날의 아픔을 회상하는 듯 진지함과 비장함으로 가득찼다.
각화중 박찬희군(15)은 "평소에 5·18민주화운동에 관심이 많아 민주묘지를 자주 방문했다"며 "걸어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힘들겠지만 오월 정신을 생각하며 꼭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유림양(15)은 "혼자였다면 포기했겠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니 힘이 난다"며 "42년 전 당시에도 이렇게 주변 사람과 의지하며 민주주의를 바라보고 투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여분간 쉼없이 달리기를 반복, 일부 지친 학생들의 발걸음은 느려져 대열에서 뒤쳐졌고, 한 학생은 직접 가지고 온 얼음물을 손수 건네는가 하면 등을 미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를 바라본 교사들도 휴대전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재생하며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이 되어서야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학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하얀색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숨을 거칠게 내뱉었지만 학생들은 뿌듯하다는 듯 해맑게 웃어보였다. 만세를 외치며 묘역 내로 들어오는 학생도 보였다.
민주묘지에 도착한 학생들은 묘역 내로 이동, 미리 준비한 국화꽃을 추모단상 위에 올려놓으며 참배를 이어갔다.
참배를 마친 김시원군(15)은 숨을 한가득 내몰아 쉬며 "덥고 힘든데 42년 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뛰어왔다. 오늘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고통을 알게됐다"고 강조했다.
학생회장 서민정양(16)은 "오늘을 계기로 민주, 평화, 인권 3가지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오월영령들이 있어 우리가 편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각화중 오월길 대행진' 행사에는 해당 학교 학생 272명과 교사 30여명 등 총 300여명이 참여했다.
각화중학교는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5·18민주화운동 체험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교내에서 애국조회와 퍼포먼스로 5·18 영령들을 기렸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