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경찰서는 2일 '리멤버 프로젝트'를 통해 박정옥씨(41·가명)와 그 가족이 다시 만나는 가족상봉행사를 개최했다. 경찰의 리멤버 프로젝트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을 재검토해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시책이다. 지난 한 해 경찰은 약 900건에 달하는 실종사건을 처리했으며 올 2월에는 56년 전 헤어진 자매를 찾아내 상봉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
정옥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건 올 2월이었다. 정옥씨는 "가족을 찾고 싶다"면서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에 본인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정옥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왔다"면서 "하지만 잃어버린 가족은 언제나 마음 한 쪽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고 오랜 고민 끝에 경찰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옥씨 가족의 사연은 지난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전주에 있는 외삼촌댁을 방문한 정옥씨 가족은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정옥씨를 잃어버렸다. 정옥씨가 발견된 곳은 전주의 한 노상 앞에서였다. 이후 가족을 찾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정옥씨의 경우 가족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많지 않았다. 경찰은 그동안 실종자 명단에 올려진 각종 자료를 모두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대상자 556명을 추려냈고, 정옥씨의 신고내용을 토대로 최종 6명으로 압축시켰다. 그런데 이 6명 가운데 정옥씨의 가족이 있었다. 경찰은 정확한 판단을 위해 탐문 및 어머니와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종 정옥씨의 가족을 찾았다.
이날 어머니를 만난 정옥씨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가정도 꾸렸고 일도 잘 하고 있다"면서 포옹했다. 정옥씨의 언니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먹고살기도 힘들었고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시기였다.
부산진경찰서 실종팀 김동희 경장은 "경찰은 다양한 추적 기법을 통해 잃어버린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008년부터 모든 실종 사건을 데이터화하고 실종 수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했다"면서 "유전자 검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수사기법이지만 부모와 자녀 각자가 검사결과 보관기한 내에 실종신고를 해야 그 일치 여부를 현출할 수 있는 만큼 여전히 실종자의 발견은 수사관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