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본 검찰 부글부글... "소설 한 편 써봤는데..."

2022.04.15 18:33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법안 관련 면담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2022.4.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정혜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이 15일 실체를 드러내자 일선 검사들의 냉소와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 내부망에는 법안의 문제점을 꼬집은 글과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민주당 일정표대로 법안 통과시 검수완박이 구체화하는 시점을 가정한 '2022년 8월1일 기획검사실 공지사항'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차 검사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시행에 따라 검사님들의 사건처리기준 등을 공지하니 숙지하여 시행해주시기 바란다"며 Δ일체의 수사행위 금지 Δ기록상 공소제기 어려운 사건의 처리 Δ구속사건의 처리 Δ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처리 Δ국민들께서 검찰에 이의신청하신 사건 Δ공판검사 유의사항 Δ기타 조치사항 등 7가지 가상 상황을 나열했다.

'일체의 수사행위 금지'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피의자의 신문, 참고인 조사와 같은 일체의 수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기소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당연히 '수사'이고 통화하시는 경우 법령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제기와 유지를 위한 활동 자체가 수사이므로 관계인과 일체의 연락을 하셔서는 아니되며 연락을 받으시더라도 그 어떤 답변도 하셔서는 안된다"며 "그 자체가 심증 형성을 위한 수사입니다"라고 썼다.

'기록상 공소제기가 어려운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선 "1시간이면 끝날 추가확인 작업이라 하더라도 몇주 이상 걸리더라도 보완수사요구로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눈앞의 범인이 빠져나가더라도 검사님이 개입하시면 안됩니다"라고 꼬집었다.

'공판검사 유의사항'으로는 "종이만 보고 공소제기를 하게 되므로, 법정에서 예상하지 못할 돌발상황이 속출할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며 "법정에서 위증을 하는 경우 속히 112에 신고하시어 경찰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에 (공소시효 만료) 3일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나 개정법 실시에 따른 부작용이므로 불기소 처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완수사요구에 불구하고 기존 의견을 유지하는 경우 즉시 불기소 처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관내 부정부패범죄, 마약범죄, 선거범죄를 수사하고 계신 부서에서는 일체의 사건수사 진행을 중단하여 주시고 해당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등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차 검사는 끝으로 "소설 한편 써보았는데,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네요"라고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용제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는 "(입법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을 필수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의 수렴은 단순히 의견제출로는 입법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미흡하기 때문에 이 경우 청문회를 실시하도록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 청문회를 요청했다.

김 검사는 청문회의 요건과 방식을 규정한 국회법 제65조를 언급하면서 "현재 국회법상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는 위원회와 소위원회 모두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으로 개회할 수 있기 때문에 청문회 활성화에 별다른 법적 제약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심사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위헌성과 관련한 논의 한마디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인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의 반대의견이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는데, 헌법재판소가 4년 뒤 위헌결정을 선고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국회가 법률안을 충실하게 심사하도록 입법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그 방향은 입법과정에 이해관계자 등 국민의 참여를 늘리는 쪽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 정수 18명)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비교섭 단체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 1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3분의 1 이상 기준을 충족한 국민의힘이 요구한다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