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1004원 후원금 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선 '이재명의 친구'(사시 동기)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게 되며 생긴 일이다.
조 의원 이외에도 최근 다수의 이재명계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1004원 세례를 겪고 있다. 대선 때 이 전 지사의 수행 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는 지난 1주간 이 같은 소액 후원 500여건이 몰렸다. 이 전 지사의 중앙대 후배인 김남국 의원에게는 20·30세대란 의미가 실린 '20300'원 후원금이 줄이었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에서 여성과 젠더 이슈를 담당했던 권인숙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선거일 이후 일주일 동안 보내주신 (소액) 후원금이 2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며 액수를 공개했다.
이밖에도 정치권에 따르면 최강욱·조응천·민형배·이재정·한준호·이수진(동작 을)·박주민·김의겸·김남국·정청래·김용민·박홍근·황운하·윤건영·박찬대 의원 등에 대한 소액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2030 여성층이 최근 1004원 후원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지난 10일~15일 닷새간 신규 입당자 11만7700명 중 과반수가 2030 여성층"이라고 파악하고 있는 데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계좌 좌표'가 활발하게 공유되는 공간도 주로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2030 여성들 사이에 대선 패배 이후 이 전 지사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가 퍼지면서 팬덤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 패배 후 개설된 이 전 지사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엔 23일 기준 14만여명의 가입자가 몰렸고 일부 여성 지지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자신들을 '개딸(성격이 드센 딸)'로, 이 전 지사를 '재명 아빠'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전 지사에게 "개딸 고마워!" 등 SNS 회신을 받았다는 인증샷과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 지지율은 윤석열 58.7% 대 이재명 36.3%였지만, 20대 여성에서는 이재명 58.0% 대 윤석열 33.8%로 정반대였다. 또 30대 남성 윤석열 52.8% 대 이재명 42.6%였지만 30대 여성에서는 이재명 49.7% 대 윤석열 43.8%로 역시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2030 여성 표심의 결집으로 이 전 지사는 대선을 혼전으로 몰고갈 수 있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