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 '실패'가 미군의 사이버공격 때문일 수 있단 관측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된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방해했다고 밝히는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이달 16일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에서 탄도미사일을 1발 쏴 올렸으나, 이 미사일은 발사 직후 고도 20㎞ 상공에도 이르지 못한 채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에도 순안공항 일대에서 고각발사(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 방식으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이들 미사일은 정점고도 약 560~620㎞에 비행거리 약 270~300㎞을 기록한 것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이들 2차례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했지만, 한미 군 당국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최대사거리 시험발사에 앞서 1단 추진체 등의 성능시험을 한 것으로 보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왔다.
특히 북한의 16일 미사일 발사에 앞서서는 한미 군 당국의 각종 감시·정찰자산이 한반도와 그 일대 상공에서 연일 경계·감시임무를 수행했던 상황이다.
이와 관련 베넷 연구원은 "미국 측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찾아내 악성소프트웨어를 심어 미사일 발사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7년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 시험발사가 잇달아 실패했을 때도 미군의 사이버공격 등 전자전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됐을 때 발사 전 단계에서 무력화하는, 이른바 '발사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은 실제로 미군의 미사일방어 전략에 반영돼 있는 개념이다.
여기엔 적의 미사일기지를 선제공격을 통해 물리적으로 초토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격 등 전자전, 그리고 레이저 및 고출력 전자기파(EMP) 무기를 이용한 대응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를 단지 사이버공격 때문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군사 소식통은 "미국 등이 북한 군사시설에 대한 사이버공격·해킹에 관심을 갖고 있겠지만, 북한의 전산 인프라는 상당 부분 외부세계와 분리돼 있다"며 "그 효과가 그리 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실패에 대해 로켓엔진 등의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 이유가 연료공급장치 등의 문제라면 이를 신속히 고쳐 재발사하겠지만, 미국 등의 개입 때문이라면 비싼 미사일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와 전자장비 등을 전면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시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올해 거듭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