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 때까지 폐업을 미루겠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한 방역지원금 1000만원 때문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영업 제한을 더는 버티기 힘들어 임대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가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당장 폐업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조금만 버티자'고 마음을 고쳐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임대계약 만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형편에서는 윤 당선인이 준다는 방역지원금이 큰돈으로 느껴져 일단 받은 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10대 공약 중 1호로 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위해 50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손실보상 지원액은 최대 5000만원으로 늘리고 방역지원금은 그간 지급된 400만원에 600만원을 추가해 총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도 "기본 100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의지를 재차 나타냈다.
손실보상금은 집합금지·영업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90만명에게 지원되며 방역지원금은 여행, 숙박업, 공연업 등으로 지급 범위가 확대돼 대상이 320만명에 이른다. 기존 문재인 정부 방식대로라면 손실보상금은 폐업해도 받을 수 있지만 방역지원금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폐업 상태가 아니어야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윤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한 기대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 소상공인이 "'마지막 지원금'이라면서 한번만 더 받고 정리하겠다며 폐업을 미루는 사장님이 주변에 많다"는 게시글을 남기자 비슷한 생각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른 소상공인은 "두달 뒤 대통령이 바뀝니다. 최소 세달은 무조건 폐업하지 말고 유지하세요. 추가 지원을 받고 폐업해도 됩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역지원금 대상과 시점 등이 불확실하다보니 추측과 의문도 무성하다. 한 소상공인은 "4월3일 폐업할 예정인데 당선인의 손실보상과 방역지원금 공약이 마음에 걸린다"며 "폐업하고 들어올 사람도 없는데 사업자를 살려두는 게 나을까요"라고 질문했다.
다른 소상공인은 "6월1일이 지방선거이니 5월 말쯤이 지급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걸고 넘어지지 않으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영업자 단체들은 폐업한 소상공인들이 각종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오호석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코자총) 공동대표는 "영업이 잘 된다면 폐업할 이유가 없으니 폐업하는 것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