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혈액형을 결정하는 특정 단백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혈액형과 코로나19 중증화가 관련이 없다는 연구와 상반되는 결론이다.
7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교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IoPPN)와 케임브리지대학교 등의 공동 연구팀은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과 영국 웰컴자선재단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이번 연구는 이달 3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유전체학'(PLOS Genetic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를 치료·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해 심각한 코로나19 발병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백질 3000여종을 식별해 분석했다. 이후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이 증가하는데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백질 6종과 심각한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8가지 단백질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위험요인과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멘델무작위분석법(MR)이라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혈액 내 단백질이 중증 코로나19와 어떻게 연결됐는지 평가했다.
분석 결과 혈액형을 결정하는 효소(ABO)가 입원 위험 증가 및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 모두와 인과 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혈액형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ABO 단백질 외에도 GCNT4, CD207, RAB14, C1GALT1C1 그리고 FAAH2 등 6개 단백질이 코로나19 입원 위험 증가와 단독으로 연관이 있었다. 연구팀은 또한 엔도칸나비노이드 효소 수치가 높을수록 입원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혈액 내 SELL, SELE 그리고 PECAM-1 단백질은 코로나19 환자들의 입원위험, 인공호흡기 치료 또는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또 LCTL, SFTPD, KEL 그리고 ATP2A3 단백질 수치가 높을수록 입원 위험 감소했으며 ICAM-1 단백질 수치가 높을수록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거나 또는 사망 위험이 줄었다.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발병 위험과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단백질 중 하나가 혈액형을 결정한다. 이는 사람들이 중증 형태의 질병에 걸리는지 여부에 혈액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심각한 중증으로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연구에서 코로나19 양성자들 중 A형인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A형이 이후 추가적인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시 팔모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IoPPN 연구원은 "이 단백질 집단이 새로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잠재적으로 가치있는 표적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혈액형과 코로나19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여러차례 공개됐다.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표됐던 연구에선 코로나19 환자 중 A형이 가장 많았으며 비감염자들 중 O형이 가장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공동 연구팀 또한 '9q34.2' 유전자가 관여하는 ABO 혈액형의 경우 A형이 다른 혈액형에 비해 코로나19의 위험도가 높다고 발표했다.
반면 2021년 7월 미국에서는 10만명이 넘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혈액형에 따라 코로나19의 중증도가 달라진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