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엄마, 나 우크라이나에 있어. 여기 진짜 전쟁터야. 무서워. 전국 도시를 다 공격하고 있는데, 심지어 민간인도 표적이야."
지난달 28일 긴급소집된 유엔총회에서 세르히 키슬리치야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공개한 어느 러시아군 병사의 생전 마지막 문자 메시지다.
키슬리치야 대사는 어떻게 전사한 러군 병사의 스마트폰을 입수했는지와 해당 병사의 신원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이 문자는 먼저 온 그의 어머니 문자에 답장하는 과정에서 발신됐다. 모자의 대화를 보면 병사는 군사훈련을 받던 도중 참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니? 너 정말 군사훈련하고 있는 거 맞아?"
"엄마, 나 이제 크림(크름)반도 아냐. 군사훈련받는 거 아냐. 엄마, 나 우크라이나야. 여기서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나 무서워."
러시아군 일선 병사들이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가면 우리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막 바퀴 밑으로 몸 던져서 우리 장갑차 가로막고 못 지나가게 해…우리한테 파시스트라 그래."
키슬리치야 대사가 읽은 마지막 메시지는 "엄마, 너무 힘들어."였다.
키슬리치야 대사는 "이건 죽기 몇 분 전 발신된 메시지"라며 "얼마나 큰 비극인지를 막 깨달은 순간"이라고 부연했다.
이 메시지는 우크라이나 소식통들에 의해서만 확인됐지만, 러시아군의 사기가 낮다는 정황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 군사훈련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러시아군 포로의 영상과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가 하면,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러군 일부 부대는 교전 없이 항복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시간으로 새벽 6시경 침공을 감행했다. 동부와 남부, 북부 여러 도시를 포격하며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노리고 있다.
전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지만, 분명한 건 이번 전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만에 유럽 대륙에서 발발한 최대 규모 전쟁이라는 점이다.
전쟁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어린이 13명 사망·26명 부상을 포함해 민간인 400명이 부상하고 최소 136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힌 민간인 피해는 사망 352명·부상 1684명이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