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로에 지쳐 잠든 남친, 여친이 놓은 주사 알고보니..

2022.02.12 07:06  
ⓒ News1 DB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우리 같이 피로회복제 맞을까?"

A씨는 여자친구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간호조무사로 일한 여자친구에게서 종종 수액주사를 맞았던 적이 있기에 따로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에 빠져든 서른살 청년은 그날 이후 영원히 깨지 못했다.

박모씨(당시 31)와 A씨는 2016년 서울 중랑구의 노래방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 연인이 있었지만 서로에게 급격히 빠져들었다. 하지만 연인을 정리한 A씨와 달리 박씨는 A씨를 만나면서도 전 남친과 동거를 계속했다.

누가 보아도 이상한 행동이지만 박씨는 어쨌든 A씨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 따로 돈벌이를 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트 비용을 도맡아 냈다. 하지만 그 돈이 동거남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A씨는 알지 못했다.

박씨는 그렇게 돈을 내면서 A씨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들여다봤다. 심지어 A씨의 예금계좌 공인인증서도 관리했다. 그것은 집착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공인인증서로 A씨의 금융거래를 살피던 박씨는 어느날 의문의 여성에게 13만원이 이체된 사실을 발견했다. 박씨는 이 돈을 성매매 비용으로 확신하고는 A씨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격분하며 살인을 계획한다.

우선 자신이 과거 근무했으나 당시 폐업 상태에 있던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비롯한 마취제를 훔쳤다.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정맥 주사용 앰플과 주사기를 건네받았다.

2018년 10월 20일 늦은 밤. 체증이 심한 길을 운전해 피로에 지친 A씨에게 박씨는 프로포폴을 주사했다. A씨가 잠에 들자 박씨는 준비해둔 또 다른 마취제를 투약해 A씨를 약물중독으로 살해했다.

살인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경제적 이유로 A씨와 함께 극단선택을 실행했으나 자신만 주삿바늘이 빠져 살았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을 때도 소셜미디어(SNS)에 맛집 사진을 올리는 등 죽음을 염두에 둔 사람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박씨가 의학지식을 이용해 피해자를 죽인 뒤 자신도 약물을 복용해 극단선택한 것으로 위장했다"며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장기간 격리가 필요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박씨가 극단선택을 시도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의 (숨지기 전날) 행동은 극단선택을 계획한 사람에게서 보이는 행동과 다르고 징후도 찾기 어렵다"면서 "함께 극단선택을 결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의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2심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