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빠가 꿈에 나와 춥다고 해요" 실종자 딸 오열

2022.01.29 08:15  
23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인근에서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타워크레인 해체·수색 지연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1.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8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수습당국이 사고 피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2.1.2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김동수 기자 = 설 연휴 첫날인 29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 현장.

지난 추석 명절만 해도 친척들과 한 데 모여 차례·제사를 지낸 평범했던 가족은 비닐천막 안에서 생사을 알 수 없는 아버지·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붕괴사고 실종자인 한 근로자의 딸은 아직도 아버지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딸은 "저 무너진 건물에 아빠가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아버지는 가족 중 장남으로 명절 때마다 친척들이 집으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모여 안부도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명절이었지만 다가온 설은 참담하고 암흑 속이나 다름없다.

딸은 "이번 명절에는 여기(사고 현장 실종자 가족 대기소)에서 계속 대기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용히 말했다.

이어 "쉬는 날에 맞춰 가족들과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울먹였다.

'아빠가 가장 보고 싶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딸은 감정이 복받쳐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딸은 "(얼마 전) 아빠가 꿈에 나와 '춥다'고 했다"며 "그런 와중에 또 가족을 생각하셔서 손녀 잘 챙겨달라고 하시네요"라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에 마스크는 축축하게 젖었고, 마음의 고통으로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아빠는 지금도 춥고 쓸쓸할 텐데 하루빨리 구조돼 가족 품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빈다"며 "이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믿기질 않아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눈물을 닦아냈다.

딸은 "아빠가 계셨으면 가족들과 다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며 "살아계셨을 때 함께 가지 못해 후회된다"고 말하며 한참 동안 고개를 떨궜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현재까지 실종됐던 6명의 피해자 중 1명이 숨진 채 수습됐고, 2명은 신체 일부가 발견됐으나 잔해물에 매몰된 상태다. 나머지 3명의 행방은 묘연하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