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설 연휴 TV토론 격돌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낙관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치선언을 한 윤 후보는 여러차례 실언 논란을 일으키며 '토론 약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이 후보의 경우 16년에 달하는 정치 경력과 수차례 공직 출마 과정에서 다져진 토론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우려 속에 윤 후보 측은 지난해 말까지 이 후보의 법정 외 추가 토론 제안에 대해 "정치공세적 토론을 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최근 바뀐 당 내 기류에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26일 보수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이같은 자신감 저변에는 윤 후보의 정책역량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당 중앙선거대책본부 소속 한 청년보좌역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정책 역량이 경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고 자신했다.
윤 후보는 올해 들어 정치개혁과 경제, 부동산 같은 거시 정책 공약부터 미시 공약인 일명 '심쿵공약'까지 하루이틀 걸러 한 번꼴로 공약발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윤 후보는 저녁 시간을 활용해 정책 공부에 나선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런 만큼 윤 후보의 정책적 이해도 역시 성장했을 것이라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대 본부 개편 이후 상승세를 탄 윤 후보의 지지율 역시 낙관적 전망의 한 요인이다. 무리한 공세 없이도 '맷집'이 강한 윤 후보의 토론 특성을 살려 이 후보의 공세를 잘 버티기만 하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후보는 당내 대선 경선 당시 유승민 예비후보의 '무속논란'과 정책검증 등에 대한 집중포화를 겪고도 부드럽게 웃으며 대처했다"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말을 잘해봐야 얼마나 잘 하겠나. 중요한 건 말보다도 이미지"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토론 약체'로 평가 받아온 윤 후보의 상황이 이 후보와의 토론을 앞두고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선대본 관계자는 통화에서 "'능력'의 이미지를 갖춘 이 후보는 윤 후보와의 토론에서 자신의 언변과 행정 능력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본전이지만, 윤 후보는 방어만 잘해도 지지율을 유지하며 소위 '평타'는 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다만 당과 선대본부 내부의 낙관적 전망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상대 후보와 토론을 하기도 전부터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자칫 거만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청년보좌역은 "유리한 상황이라거나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며 "이제 (윤 후보를) 열심히 코칭하고 정책적으로도 뒷받침해 후보가 더 돋보이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미래 비전과 정책적 지식 등으로 이 후보를 뛰어넘지 못하고 단순히 '맷집'이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토론에 임할 경우 지지율 상승세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편, 윤 후보는 이번 주 방문이 검토됐던 호남·제주 방문 일정을 미루고, 저녁 일정도 최소화하는 등 토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선대본 관계자는 토론준비와 관련해 "네거티브 공방보다 일자리와 주거문제, 부동산 등 경제문제와 외교문제·오미크론 유행 단계에서의 서민·소상공인 대책 등 정책 전반을 위주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며 "윤 후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잘못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어내겠다"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