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약수터도 아니고 콘센트에서 물이 나오네요. 아이파크가 아니라 워터파크. 에어컨 배수구 잘못 만들어 2층 필로티 물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파트 하자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자가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광주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누리꾼들의 반발심이 더해진 것으로 읽힙니다.
◇2021년 아파트 하자 접수 7000건 돌파…"사회적 문제로 봐야"
안타깝게도 아파트 하자 대회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황당한 일이지만 웃어 넘길 내용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경북 김천의 신축아파트 욕실 타일이 무너지는 일도 있었는데요. 층간소음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아파트 하자도 사회적 문제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선 아파트 하자가 무엇인지부터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시공하자, 미시공하자, 변경시공 하자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설계에 따라 시공했을때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를 어기다 생긴 것인지에 따라 나뉘는 것이지요.
적용 대상은 37개로 하위 조항도 고려한다면 폭넓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콘크리트 균열, 누수, 결로, 타일, 도배 등 아파트 시공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하자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21년 11월에 개정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의를 이해했다면 얼마나 발생하는지도 살펴봐야겠습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하자 관련 사건이 7686건입니다. 하심위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하자를 신속하게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2010년에 신설된 조직인데요. 위원회에는 학계, 법조계, 건설업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눈 여겨봐야 할 것은 하자 관련 사건이 급격하게 늘고있다는 점인데요. 2015년에 4246건이 접수된 이후 2020년까지 4000건 안팎을 유지하다 2021년에 7000건을 돌파했습니다. 누계기록을 살펴보면 건축 관련 하자가 약 70%를 차지하고요.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하심위의 공동주택 하자판정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하자 현황에 따르면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대형 건설사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명단을 살펴보면 민간 건설사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보입니다.
하자가 있더라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하자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 있다지만…'불복 소송·보수 이행 않기도'
그렇다면 갈수록 늘어나는 아파트 하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부동산 소송도 하나의 방법이나 건설사를 상대로 개별 입주자가 제기하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지요. 그래서 인터넷 카페에서 비슷한 상황의 입주자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승소 여부를 떠나 당장 거주하는 집에서 하자가 계속되면 생활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국토부의 하심위입니다. 현재는 재정 단계도 신설돼 재판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결정에 따라 이의제기가 없다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게 됩니다. 분쟁이 장기화되지 않고 위원회 선에서 끝나게 되는 것이지요.
또 사전에 아파트 하자를 막기 위한 공공주택 품질점검단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주택건설 관련 전문성을 갖춘 건축사, 기술사,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점검단이 미리 건설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것입니다. 입주 예정자도 명단에 포함돼 아파트 품질을 살피고 사업 주체는 발견된 하자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만 하자 판정을 받는다고 하자가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국정감사에 따르면 하자 판단을 받더라도 불복 소송을 하거나 실제 보수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하자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하자 판정을 받더라도 해결되기 전까지 여러 난관이 있는 것이지요.
결국 제도가 촘촘히 운용되기 위해서는 인식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층간소음도 과거에는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했지만 사건사고가 반복되며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설사의 공기단축 문제도 해결해야겠지요. 기술이 발달해도 빨리 짓는 데만 집중한다면 하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아파트 공급이 늘면 관련한 문제도 늘어날 텐데 정부와 건설사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